도(道)란 무엇인가 ?

2007.09.27 18:33

현성 Views:9074

중국 송(宋)나라 때 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1089~1163)께서 그의 저서 서장(書狀)에서 :

      도무방소(道無方所)이니 명대승심(名大乘心)이니라. 즉,
      도(道)란 존재하는 방위(方位)가 없으니, 대승심(大乘心)이라 부른다. 고 하셨다.
      
도(道)는 길도 자인데 흔히 도를 닦는다고 하여 수도(修道)라고 하기도 하고, 도를 완성한 사람이라고 하여 도인(道人)이라고 하기도 하고, 도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할 때는 도사(道師)라고 한다. 양극단을 피하고 사정에 딱 들어맞는 것이란 의미로 쓰이는 중도(中道)도 또한 불교에서 쓰이는 유명한 도이다. 이와 같이 쓰이는 길 도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대혜선사께서 ‘도에는 방소(方所)가 없다고 하셨는데 방소란 소유물(所有物), 즉 가지고 있는 물건의 방위(方位)이다. 물건의 위치를 표시하는 씨줄과 날줄, 가로와 세로, 위도와 경도, 동서남북 사방의 방위인데  방위가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일가?  
도(道)에는 형상(形狀)이 없다는 말이다. 형상이 없으니 씨줄과 날줄을 설정할 수 없고,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이라고 설정할 수도 없으니 ‘도에는 방소(方所)가 없다.’고 했다. 도에는 형상이 없다고 하는 뜻이 도를 충분히 설명한 것은 되지 못하니 대혜선사께서 ‘도를 대승심, 대승의 마음이라 부른다.’고 다시 설명을 붙이셨다.
대승심(大乘心), 대승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어떠한 마음을 대승의 마음이라고 할까. 불교에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자기만 잘 살면 그만 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을 작은 수레에 비유하여 ‘소승(小乘)’이라 하고,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잘 살기를 원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큰 수레에 비유하여 ‘대승(大乘)’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대승(大乘)은 이러한 수레 차원의 대승이 아니라,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 말하는 ‘대승이 믿음을 일으키는 것에 관한 논설’이라고 할 때의 대승이다.  
믿음을 일으키는 대승이란 무엇일까? 옳고 그런 것을 알아서 옳은 것에 믿음을 일으키게 하는 마음이 대승의 마음, 대승심(大乘心)이다. 옳고 그른 것을 훤히 아는 마음이다.
사람이 여러 가지 일에 쫓기다 보면 마음이 어지러워지는데, 이 때, 여러 가지 일에도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이 때, 일어나는 것이 있으니 사라지는 것도 있다고 하여 생멸(生滅)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일에 쫓긴다는 것은 생멸하는 일에 쫓긴다는 말이 된다. 무엇이 쫓기느냐? 바로 내 마음이 쫓기니 내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각하게 쫓기는 일과 쫓기는 마음이, 생멸하는 일과 생멸하는 마음이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그것은 내가 부모에게 잉태되었을 때 나의 생명이 일어나게 된 것이니 나의 생명이 생한 것이고 나의 생명이 일어났으니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 몸이니 그 때 멸하게 되는 것이다. 이 큰 생멸 속에 수 만가지 생멸 작용이 일어난다. 그 때마다 나에게 견디기 어려운 슬픔도 있고, 하늘을 나를 듯한 기쁨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마음을 불교에서는 생멸심(生滅心)이라고 부른다. 이 생멸심이 어떠한 성품, 어떠한 복과 지혜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느냐 하는 것은 전생에 닦은 성품, 복과 지혜의 결과로서 이를 행업(行業)이라고 하는데 금생에 지은 행업은 다음 생에 나의 성품, 복과 지혜를 좌우하게 된다.
전생에 가지고 있었던 생멸심이 금생에 나의 성품, 복과 지혜의 근본이 되고, 금생에 내가 지은 행업이 내생에 나의 성품, 복과 지혜의 근본이 되는데, 이 행업을 저장하는 창고, 스토리지가 있는데 이 창고는 가장 깨끗할 때 자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깨끗할 때 발휘되는 기능이 첫째 생멸이 없는 영생하는 것이고, 둘째 전지전능하며, 셋째 절대적이다. 이것을 불생불멸(不生不滅), 여래(如來), 법신, 비로자나불 등등으로 표현하는데 대혜선사께서 이를 대승심(大乘心)이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따라서 이 대승심은 모든 생멸심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유하면, 여기 물이 있는데 육안으로 분별할 수는 없지만 물에는 많은 물질들이 녹아 함유되어 있다. 이 물이 윗물에서 내려오면서 아래 물에 올 때쯤에는 물이 더럽다 깨끗하지 못하다 등으로 표현되는데, 이 때, 이 물에 섞여있는 물질들은 있다가 없다가 할 수 있는 것들이므로 생멸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물 자체 성분인 H2O는 다른 이물질이 소멸되거나 증가되었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므로 여여하게 거기에 항상 있으면서 생멸작용이 일어나는 물질들을 수용하기도 하고 정화하기도 하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여 육성하게 하기도 하며, 운반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체에 이와 같은 물의 H2O와 같은 마음이 있는데 이를 대승심(大乘心)이라고 했다.
대승심이 이러하니, 도(道)는 이러한 대승심을 찾아 들어가는 길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대승심을 씨줄과 날줄로 표시할 수 없으니, 대승심으로 가는 길에도 방위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