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求)할수록 멀어진다

2008.01.1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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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는 1089-1163년 당송대의 선사로 공안 참구법인 간화선의 시조이신데, 이 선사의 글을 모은 서장에서 선사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구할수록 멀어진다.’는 게송이 있다. 이 게송은,

일상생활을 떠나 도(道)를 찾으려하지 말라.
이는 파도를 떠나 물을 구하는 것이요
금을 담은 그릇을 떠나 금을 구하는 것이니
구할수록 도(道)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원문은 :
若離日用 別有趣向則 是離波求水 離器求金 求之愈遠矣
약이일용 별유취향즉 시이파구수 이기구금 구지유원의 이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 도(道)인 진리가 있는 법이니, 일상생활을 떠나 진리를 구하려하지 말라는 대혜 종고 선사의 가르침으로, 즉 생활 속에 진리가 있으니 생활에서 진리를 구하지 않으면 도는 한 없이 멀어진다는 말씀이다.

우리 몸에는 자율(自律) 신경이 있어 스스로 모든 장기(臟器)를 운용하고 있다. 장기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으면서 오만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숨이 가쁘다든지, 심장이 급하게 뛴다든지, 소대변이 불편하다든지, 체온이 높거나 내려간다든지, 때가 되었는데 밥 생각이 없다든지 하는 등 비정상적인 느낌이 있을 때, 우리는 이를 인식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원인을 알려고 하고, 또 정상적으로 회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하게 된다.

내 몸이 움직이는 진리는 내 몸에 이미 있어왔지만 나는 몰랐다는 것이다. 나의 이 진리에 대한 무지(無知)로 말미암아 행한 많은 행동들이 쌓여 장기의 자율신경에 이상이 오게 되고, 이제 내가 그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로 정확히 알았는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이 진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지만 아직 확연한 대답이 없다.
대혜선사의 가르침에 의하면, 이 몸을 떠나 몸이 움직이는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니, 몸이 움직이는 진리를 이 몸에서 찾으라. 몸을 떠나 다른데서 찾으면 진리는 점점 멀어질 뿐이라고 하신 말씀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평소에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기 몸에 대해 그렇게 무지(無知)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또 많은 병(病)을 예방하는 법을 찾아 익혔을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법은 고통에서 나왔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수행생활을 하시게 된 동기는 고통 받는 중생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그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출가 동기가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자 하신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깨닫고 보니 중생의 고통은 우주의 진리에 어긋난 생활을 함에서 오는 것임을 알았기에, 고통과 연관된 우주의 진리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불도(佛道)의 근본은 중생의 고(苦)에 있고, 중생의 고통은 몸에서 그리고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 하셨다. 이 몸과 마음에는 움직이는 원리가 있는데, 이 원리는 우리의 몸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니요 마음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니니, 대혜선사께서 일상생활에서 도를 찾으라고 하셨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 몸이 움직이는 진리를 깨닫거나 알아서 그 진리에 맞게 해줌으로서 내 몸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몸의 병(病)이 점점 악화되어 죽음의 고통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몸이 움직이는 진리에 우리가 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하는 사람은 이 진리를 참구해야 한다.

법성게에 이런 구절이 있다.

生死涅槃常共和 理事冥然無分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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