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된 가르침

2008.08.26 22:50

현성 Views:8682

<36> 삿된 가르침


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는 1089-1163년 당송대의 선사로 공안 참구법인 간화선의 시조이신데, 이 선사의 글을 모은 서장에서 선사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삿된 것을 가르치는 스승’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아래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차라리 파계를 수미산만큼 많이 할 지언즉 삿된 스승의 삿된 가르침을 받지 않으리라.

혹 겨자씨만큼 작은 삿된 생각이라도 의식중에 들어가면

마치 밀가루 속에 기름이 들어가 있는 것과 같아 영원히 나오지 못하리라. 


寧可破戒  如須彌山  不可被邪師  熏一邪念

영가파계  여수미산  불가피사사  훈일사념

如芥子許  在情識中  如油入麵  永不可出

여개자허  재정식중  여유입면  영불가출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파계(破戒)는 계를 어기는 것으로 불교에서는 살생을 하지 말고 생명을 존중하라는 제1계, 도둑질을 하지 말고 남에게 베풀라는 제2계, 사음을 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것이 제3계, 거짓말 하지 말고 바른말 하라는 것이 제4계, 무엇에나 중독되지 말고 정신을 맑게 가지라는 것이 제5계이다. 이 다섯 가지 계를 수없이 많이 범할지라도 제발 삿된 스승을 만나지 말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계는  마음 한번 잘 먹으면 곧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삿된 가르침이 마음속에 들어가 있으면 밀가루 속에 기름같이 빼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요즈음 세상에는 수많은 정보를 컴퓨터를 통해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인격체를 가진 스승이 아니더라도 삿된 생각을 마음속에 심어주는 스승은 수없이 많다고 생각된다. 정보가 사회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두움을 더해주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혜 종고 대사께서 염려하신 바와 같이 수많은 정보가 눈앞에 있어도 어느 정보에 자기 관심이 가느냐, 어느 스승에게 관심이 가느냐는 자기 마음속에 이미 숨겨진 과거의 경험에 의해 관심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니, 과거에 삿된 스승이나 정보에 익숙했던 사람은 금생에도 그와 유사한 정보나 스승에게 관심이 끌리기 마련이니 겨자씨만큼 작은 삿된 생각이 마음속에 심어지면 마치 밀가루에 기름같이 빠져 나오기 어렵다고 하셨다. 삿된 생각이 일단 마음속에 심어지면 그 잘못된 생각, 취미, 사상, 종교 등에 대한 사유의 씨앗이 생이 바뀌어도 인과의 업이 상속되어 계속 그러한 삿된 것에 흥미를 가지고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바른 스승을 만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 했다. 이 말씀은 바른 스승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바른 스승은 주위에 있지만 사람마다 전생에서부터 이어온 삿된 생각에 가리어 바른 스승을 바른 스승이라고 보지 못하고 삿된 스승이 바른 스승이라고 착각하게 됨으로 바른 스승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바른 스승의 말씀을 바르게 받아드리느냐 잘못 받아드리느냐의 문제도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마음에 전생에서 상속받은 삿된 감정이 도사리고 있으면 바른 가르침이 바르게 들리지 않는 법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불교에서는 좋은 마음이든 나쁜 마음이든 그것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무조건 비우는 수련을 하게 한다. 어떤 마음이 바른 마음이고 삿된 마음인지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성자(聖者)이므로 우리는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것을 수행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무조건 다 비움으로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도 아닌 열반’에 들 수 있다.

이러한 가르침을 내리실 수 있는 스승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복이 아니겠는가?


게송을 다시 읊어보면,

차라리 파계를 수미산만큼 많이 할 지언즉 삿된 스승의 삿된 가르침을 받지 않으리라.

혹 겨자씨만큼 작은 삿된 생각이라도 의식중에 들어가면

마치 밀가루 속에 기름이 들어가 있는 것과 같아 영원히 나오지 못하리라.


우리는 현재 자유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많은 종교이념과 사상이 우리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때로는 이들에 의해 평화를 느끼고 때로는 이들에 의해 죄의식으로 강박관념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이 정도면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자연을 파괴하는 전쟁도 종교이념과 사상의 차이에서 유발되게 되는 것이니 삿된 스승의 삿된 가르침은 수많은 계를 파하는 것보다 그 죄가 더 무섭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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