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傳法)

2008.11.07 11:21

현성 Views:8785

만약 눈을 서로 마주쳐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면

밥을 이야기해도 또한 배가 부르지 않겠는가?


若言目擊傳心要  說食還會飽也無

약언목격전심요  설식환회포야무


- 선문염송


부처님께서 가섭존자에게 염화미소(拈花微笑), 즉 부처님께서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시고, 가섭존자가 그 꽃을 보고 미소를 지은 것이 부처님께서 부처님의 마음을 꽃으로 들어 보이시고 가섭이 그 뜻을 알겠다고 미소로서 대답했다고 하여 부처님의 마음이 가섭에게 전해졌다면 부처님께서 먹는 음식에 대해 설하셨다면 가섭의 배가 불러졌겠느냐고 선문답에서 반문했다. 마음이 전해진다면 배도 불러져야 할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다.


마음과 마음과의 관계에서는 근기의 정도에 차이가 없다면 바로 소통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진리, 사랑, 증오 등은 형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전하는 일이라 해도 두 사람사이에 근기와 취향에 차이가 있다면 소통될 수 없다.

염화미소의 장면에서도 많은 청중이 있었지만 그들은 무슨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가섭존자만이 미소를 지었다는 뜻은 가섭존자는 진리(法)의 면에서 이미 부처님의 근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물질이 게재될 수 있는 사정이 아니지만 밥을 설해서 배가 부르냐는 문제는 마음과 물질과의 문제이다.


마음과 물질과의 문제에서는 복과 지혜가 겸비되면 소통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불교의 가장 중요한 사상이라고 본다. 일차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복과 지혜를 구족하게 해야 한다. 복과 지혜가 겸비되면 그 때에 필요한 물질을 구할 수 있거나 새로이 만들어내어 그 필요에 응할 수 있는 것이 보살행의 덕목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통하면 필요한 물질을 구해올 수도 있고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법이니 배고픈 사람에게 배부르게 먹게도 할 수 있고 아픈 사람에게는 양약을 구해 줄 수도 있으나, 마음이 없는 곳에는 필요한 물질이 옆에 있어도 모를 수 있는 법이다.

그러하기에 자기 개인을 위한 물질에 눈이 가려지면 복도 지을 수 없고 지혜도 일어날 수 없는 법이니 물질에 욕심을 내게 되면 마음은 전달될 수 없는 법이다. 


중국 북경에서 2008년 올림픽 대회가 진행 중일 때 각국 선수들이 묘기를 발휘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모두가 그들이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메달을 따고 명예와 돈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운동, 의술, 미술, 음악 등 무엇이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법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의 법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나, 그 결과는 물질적인 필요에 응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어려움이란 심적 고통에서 오는 것이지만 물질적인 것에 전혀 연계되어 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그 물질적인 측면의 고통은 마음 씀의 잘못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 씀의 상태에 따라 옳은 말이 그르게 들리고, 그른 말은 옳은 말로 들릴 수 있다. 마음과 마음이 역(逆)으로 통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무슨 마음을 전달하고자 해도 오히려 역효과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심이 심한 사람, 의처증, 의부증 증세가 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이다.

마음을 전달하기 어려울 때 물질이 개입되어 있으면 더욱 마음을 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의심증이 소멸되고 마음이 순수해지면 순수한 두 사람 사이에서는 마음의 전달이 가능해 질것이다.


다시 한 번 이 게송을 읊어보면,   


그러하므로 만약 눈을 서로 마주쳐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면

밥을 이야기해도 또한 배가 부르지 않겠는가?

하는 반문에서 눈을 마주쳐서 마음을 전할 수도 있고

밥을 이야기해서 배가 부를 수도 있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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