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십팔계 十八界)
     눈의 경계도 없고 내지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다.

한자(漢字)에서 ‘내지(乃至)’라고 하는 말은 중간을 생략할 때 쓴다. 그러므로 이 구절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무안계, 무이계, 무비계, 무설계, 무신계, 무의계, 무색계, 무성계, 무향계, 무미계, 무촉계, 무법계, 무안식계, 무이식계, 무비식계, 무설식계, 무신식계, 무의식계」「無眼界, 無耳界, 無鼻界, 無舌界, 無身界, 無意界, 無色界, 無聲界, 無香界, 無味界, 無觸界, 無法界, 無眼識界, 無耳識界, 無鼻識界, 無舌識界, 無身識界, 無意識界」가 된다. 이상에 열거한 18계에 대한 부정이다.

  현실세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오온, 십이처, 십팔계로 범주화된 여러 가지 계기가 서로 어울려 일어나므로 실체가 없다(我空). 오온, 십이처, 십팔계의 모든 법은 고정된 요소가 아니라 타자를 통해서 되어지는 어떤 것이므로 법도 공하다(法空).

  오온, 십이처, 십팔계는 연기되므로 공하고 공하므로 서로 어울려 만법을 전개한다. 공하므로 무엇이든 창조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오온, 십이처, 십팔계의 모든 법이 있되 있음 아님이 바로 모든 법의 공한 모습(諸法空相)이다.

오온, 십이처, 십팔계설은 의식과 존재, 자아(自我)와 세계가 서로 교섭하는 현실운동을 밝혀줌으로써 초월자의 전변(轉變)으로 만유의 생성을 설명하려는 브라만교의 존재론과 기독교의 예수의 창조론을 부정하고, 의식과 존재, 이것과 저것이 서로가 서로를 통해 일어나는 상호개방성을 보여줌으로써 적취설(積聚說)의 원자적 요소설을 타파한다.

  관자재보살의 「조견 오온 개공 도일체고액」에서의 「오온 개공」은 오온, 십이처, 십팔계는 색법(色法)과 심법(心法)의 복합(複合)일 뿐, 이는 본래 그대로 모두 공(皆空)할 뿐이며 실제 있는 것은 바라밀 본지(本地)만 오롯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온(蘊), 처(處), 계(界) 삼과(三科)의 법이 인연이므로 공하고, 공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면 삼과의 법이 바로 있음과 없음을 떠난 중도의 법이니, 그 뜻을 천태는 ‘한 빛깔 한 냄새도 중도 아님이 없다. [一色一香無非中道]’고 한다. 다만 있음에 집착한 범부의 미혹을 깨기 위해 공을 설하고, 공을 집착하는 이승(二乘)의 집착을 깨기 위해 ‘공이 곧 공(空) 아님임을 설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