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지역무득(無智亦無得) (진리, 절대의 세계)
  《지혜도 없고 또한 얻을 것도 없느니라.》

득(得): 무엇을 얻는다는 뜻일까?
  마하 반야로 성취하고자 하는 대상은 「열반」이다. 그러므로 「열반」으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열반을 삽입하여 번역하면,
「공(空)에서는 지혜도 없고 열반을 얻을 것도 없다.」라고 뜻 번역 할 수 있다.

에드워드 콘제(Edward Conze)의 영역 본에 의하면:
「There is no cognition no attainment and non-attainment.」이다. 직역하면,
「인식도 없으며 성취함도 없고 성취하지 못함 또한 없다.」이다.

이 영역을 우리 식으로 뜻 번역하면,
「지혜도 없고 얻을 것도 없고 얻을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이다. 영역(英譯)본이 한역(漢譯)본 보다 그 뜻이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영역인「성취함도 없고 성취하지 못함 또한 없다」혹은 「얻을 것도 없고 얻을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無得亦不無得)」는 한역인 「얻을 것도 없다」보다 중도의 완성 단계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중도의 완성에서는 상대적인 관계, (지혜와 무지, 유와 무, 상과 단)가 생기기 전의 절대적인 단계(마하 반야)를 의미하기 위하여 지혜를 부정하는 무지(無智)로 해석된다.

“무지(無智)”는 수행하여 얻은 지혜도 없고, “역무득(亦無得)”은 지혜로 얻은 해탈 혹은 열반도 없다.

천태종(天台宗)에서는 중도의 완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원교란 것은 중도를 나타내니 양변을 막음이다.

마음이 이미 맑고 깨끗해지면 양변을 모두 막고 바르게
중도에 들면 두 법을 다 비춘다.
圓敎者 此顯中道 遮於二邊
心旣明淨 雙遮二邊 正入中道 雙照二諦」1)

위의 말씀은 천태종(天台宗) 삼조(三祖)이신 지자(智者)대사의 말씀이다. 양변이란 물질적 현상세계의 상대적 차별세계이다. 두 극단의 모순된 견해를 모두 막고 모두 버려야 하는데, 이 양변을 모두 버리면 곧 양쪽 세계가 모두 비추어져 이를 쌍조이제(雙照二諦)라 하였다.

화엄경의 중도는 신라 의상(義湘)스님의 법성게의 마지막 구절에 있다.

환상이 아닌 실제(實際) 중도의 자리에 마침내 앉으니,
예로부터 변동 없는 자리를 부처라고 하였구나.2)

궁좌실제중도상 구래부동명위불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실제로 중도실상의 상위에 앉아보니 바로 그 자리가 부처의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있음과 없음을 보지 않음이 곧 부처님의 참 모습을 봄이다.

마음이 이미 두 변에 없는데 어찌 가운데 또한 있겠는가
단지 이와 같이 깨달으면 곧 이름하여 중도(中道)이며,
진실로 도(道)를 구하는 것이다.3)
心旣無二邊 中亦何有哉 但得如是者 卽名中道 眞如求道

  만약 열반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법집(法執)이 남아 있음이다. 만약 보리(菩提 깨달음)에 집착한다면, 곧 인집(人執)을 다 끊지 못한 것이다.

  모든 부처님은 그 법안(法眼)이 청정하여 체(體)를 보되, 상(相)을 보지 않으며 보살의 법안은 아직 밝지 못한 까닭에 상(相)을 보되 체(體)를 보지 못한다.

  이제 「무지역무득 (無智亦無得)」이라고 한 것은 이집(二執)을 둘 다 파(破)하고, 이공(二空)을 둘다 증(證)함을 말한다. 보리(菩提 깨달음)의 성(性)은 고요하나 곧 인집(人執)을 버린 것이요, 열반의 체(體)는 한결 같음을 알았으니, 곧 법집(法執)을 없앤 것이다.4)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인집(人執)이나 열반이라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는 법집(法執)과 같은 양변에 집착되는 치우친 견해를 모두 여의면 심청정(心淸淨)이 되고, 심청정에서는 양변이 서로 융합하여 다른 수승(殊勝)된 차원이 중도로서 드러난다. 이 중도에서 심광명(心光明)인 자발광(自發光)이 샘솟는다. 이것을 진공(眞空)에 묘유(妙有)함이 있다고 했듯이, 『금강경』에서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고 했듯이 대자유를 향유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 자유는 「나」의 반야지혜로서 활물(活物)의 능력이요 창조력이며 열반에 이를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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