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1.1 경의 설주, 구성과 강요

2007.02.27 03:39

여해 Views:9519

제 1 장  서 론


1. 경의 설주(說主), 구성(構成)과 강요(綱要)

1) 경의 설주(說主)

앞에서 『반야심경』에 광본과 약본 두 종류가 있고, 광본 『반야심경』에는 서분이 있으나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약본에는 서분이 없다고 하였다. 광본의 서분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이 경은 부처님께서 광대심심삼매에 드신 가운데 설하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은 부처님의 증명이 함께하고 있다.  

둘째로 이 경은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관자재보살에게 반야바라밀다행을 물은 데서 비롯한다.

셋째로 따라서 이 경은 부처님의 호념(護念)을 입어서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방법을 설한 경전이다.

따라서 이 경은 사리불이 부처님에게 묻고 부처님이 삼매에서 관자재보살이 행한 바를 인용하여 답하셨다고 생각된다.

2) 경(經)의 구성(構成)

이미 설명한 것처럼 우리들이 독송하는 약본 『반야심경』에는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정종분(正宗分)만이 있다. 그리고 이 정종분에 국한해서 보면 광본과 약본에 분량이나 내용에 큰 차이는 없다.

우리말 반야심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내용이 원문의 뜻에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래와 같다.


마하 반야 바라밀다 심경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 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분명히 알게되니 일체고액을 소멸하였느니라.  사리불이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상행식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불이여! 이 모든 법의 공한 모양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니라.  그러므로 공한 가운데는 색도  없고 수상행식도 없다. 안이비설신의도 없고 색성향미촉법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내지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다.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내지 늙고 죽음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다.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또한 얻을 것도 없느니라.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였다. 그러하니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지고 일체의 뒤바뀐 몽상을 아주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갔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위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한 큰 깨달음을 얻었느니라.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한 주문이며 가장 밝은 주문이며 가장 높은 주문이며  아무 것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능히 모든 괴로움을 없애느니라.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알아라.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말하나니 주문은 곧 이러하니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위의 반야심경은 그 내용 면에서 네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입의분(立義分)이다. 능관인(能觀人)이 주체(主體)가 되어 관(觀)하는 지혜의 실천이다. 둘째는 파사분(破邪分)이다. 파사(破邪)하는 소관경(所觀境)이다. 소관경(所觀境)에는 관의 대상(對象)과 관행경(觀行境)이 있다. 대상(對象)을 관(觀)하는 것은 주체가 대상물(對象物)의 공성(空性)과 공상(空相)을 관(觀)하는 것이고, 관행경(觀行境)이란 살피는(觀) 주체도, 살피는 대상도, 살피는 의식도 의식의 대상도, 수행한다는 의식 안한다는 의식, 그 의식의 대상(境)과 그 소득이 모두 없음을 관하는 것이다(破邪). 그리고, 파사(破邪)에서 현정(顯正)으로 가는 전환문구(轉換文句)가 삽입되어 있고, 셋째는 공능분(功能分)이다. 공능(功能)은 능관이익(能觀利益)이다. 능히 관(觀)하여 파사현정(破邪顯正)함으로서 얻어지는 결과 즉, 효과(效果) 또는 효용(效用)이다.  넷째는 총결분이다. 총결(總結)로서 전체적으로 결론을 맺는 부분이다. 이 분류를 반야심경 본문에 대비하면 아래와 같다.


반야심경의 주제: 《마하 반야 바라밀다 심경》

첫째, 입의분(立義分)에서는 능히 관(觀)하는 사람[능관인(能觀人)]을 밝힌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 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분명히 알게되니 일체고액을 소멸하였느니라.》

둘째, 파사분(破邪分)에서는 관(觀)하는 대상[소관경(所觀境)]을 밝힌다. 그 관하는 대상에는 대상과 행하는 경계가 있다.

1. 관하는 대상(對象):  《사리불이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상행식도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불이여! 이 모든 법의 공한 모양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니라.》

2. 관행(觀行)을 하는 대상[관행경(觀行境)]:  《그러므로 공한 가운데는 색도  없고 수상행식도 없다. 안이비설신의도 없고 색성향미촉법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내지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다.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내지 늙고 죽음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다.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또한 얻을 것도 없느니라.》


전환문구(轉換文句):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셋째, 공능분(功能分)에서는 관하는 사람의 이익[능관이익(能觀利益)]을 설한다: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였다. 그러하니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지고 일체의 뒤바뀐 몽상을 아주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갔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위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한 큰 깨달음을 얻었느니라.》

넷째, 총결분(總結分):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한 주문이며 가장 밝은 주문이며 가장 높은 주문이며  아무 것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능히 모든 괴로움을 없애느니라.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알아라.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말하나니 주문은 곧 이러하니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3) 경(經)의 강요(綱要)

이상의 분류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실천하는 주체, 실천의 대상(현상과 그 내면 세계), 그 내면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 그리고 그 수행의 성과는 하나로 통일된 고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확신을 가진 주체의 행이 아니면 이 고리를 타고 열반에 이를 수 없다.  확신은 실천을, 실천은 지혜를, 실천을 통한 지혜는 확신을 증가하는 동력(動力)이 된다. 확신의 동력은 실천의 동력이 되고, 실천의 동력은 지혜(智慧)을 증장한다. 이와 같은 과정은 무한한 확신, 무한한 실천력, 무한한 지혜로 발전 할 수 있는 소지(素地)를 배양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실천의 과정에서 비로소 창조적 실천의 주체로 된다.  합리적인 실천이기 위해서는 바른 역사관(歷史觀)과 시대에 부합하는 사상(思想)으로서 인간의 삶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혜는 인간의 삶의 현실 속에 있는 모순, 괴로움, 슬픔, 고통을 구체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설한 것이 본 반야심경이다. 주체의 바른 창조적 행이 일체고액을 해결한다고 하고, 그리고 또 창조적 주체가 될 수 있는 수행 법을 우리들에게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