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만물의 비어있는 모습(空相)

만물의 비어있는 모습 즉, 현상의 본질의 공상(空相)을 설한 반야심경의 본문은:

《사리불이여! 이 모든 법의 공한 모양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니라.》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위 본문은 반야심경 강의를 듣는 ‘사리자’와 ‘만물의 공한 모습’을 밝히는 부분이다.

(1) 사리자(舍利子)
  부처님은 다시 「사리자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불러 일깨워 주신다.

  지난 시간에도 얘기했듯이 「사리자」는 바로 여러분이다. 여러분 자신의 참모습을 일깨워 주기 위해, 부처님은 지금 큰 희망과 연민의 마음으로 여러분을 불러 환기시키려 한다.1)

「그대는 위대한 존재니라!」부처님은 이렇게 일깨워 주신다.  그러나 여러분의 생각에는, 오늘 바쁜 시간을 할애하여 이 자리에 왔으니  강의를 듣고 나면 집안 일이 잘 풀릴까, 아들이 대학에 진학할까, 아빠의 건강이 좋아질까, 사업이 잘 될까, 이것저것 떠오르는 번뇌로운 마음에 한숨만 나올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재차 여러분을 부르는 것이다. 「사리자여!」  여러분은 여러 장소로부터 지금 이곳에 와 있다. 집이나 직장에서 각기 다른 일들을 하다가 온 것이다. 이 시간 전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셨던 여러분을 이 자리까지 모셔온 그 놈은 누구인가? 그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리자여!」하고 부처님이 부르는 이 소식을 듣는 그놈은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놈이 바로 여러분의 진면목이요, 불성이요, 사리자요, 관자재보살임을 지금쯤은 직감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놈이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자리요 그런 연고로 「불구부정(不垢不淨)」하며 「부증불감(不增不減)」 한 것이다. 최소한 여러분을 이 자리에 이 순간 앉혀놓고 있는 그 놈이 있는지에 관한 느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 느낌이 있는 분은 모든 악몽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