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의지함

2010.12.09 17:32

심광@바라밀 Views:21912

안녕하세요, 바라밀회 여러분.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고, 눈도 많이 오는군요.
차라리 날씨가 추워져서 옷을 더 많이 껴입고 다니니 감기는 좀 덜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
몸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
 
1. 12월 18일 (토요일) 낮 12시에 수퍼차이나부페에서 경노회가 있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바라밀회도 참석해서 노불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는 분들은 많이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2. 동안거 100일 관음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신행회별로 요일을 정해서 참석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바라밀회 회원들 중에서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이 좋을 것 같긴 한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기도니까 일주일에 한번 정도 참석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지난주 법등회의에서 류명성행보살님이 차기 신도회 회장으로 연임을 하시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보각심보살이 천진심보살님을 이어 불타사 어린이학교 교장이 되었습니다.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지난주에는 법등회의 후에 시간이 늦어지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불교기초교리 공부를 못했습니다.
이번주에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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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의지함
 
우리가 누군가에게 의지를 한다고 할 때는 항상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전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믿음이란 어떤 것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을 해보면, 가장 단순하게는 자신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가 되겠지요.
이 태도란 것은 행동과 말과 마음 씀씀이를 통틀어서 말 할 수 있겠고요.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생각이 태도를 통해서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금강경을 공부하다 보면 부처님께서 설하신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대한 말씀이 많이 나옵니다.
이 네개의 상들 중에서 으뜸은 바로 아상입니다.
아상은 '나'와 '나 이외의 것들'로 구분을 하는 상인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금강경에서 보면 여러번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들 중에 아상을 가지고 있으면 보살이 보살이 아니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불교에서 보살이라 함은 공의 도리를 알고, 큰 원을 세워 중생제도에 힘쓰는 분들인데,
이러한 보살님들조차도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보살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 이유는 '나'라는 상을 가지면 나와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다 구별하여 이로부터 집착을 만들고,
그에 따른 번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번뇌를 없애는 것은, '무아'라고 하는 '나는 없다'는 경지를 이루지 못하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금강경을 통한 부처님의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 무상정등정각 에서 정등이란 말은 올바른 평등함을 말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평등함일까요?
아마도 무아의 경지에서 얻어지는 평등함이 올바른 평등함일 것입니다.
입으로는 평등하다고 하더라도, '나'의 입장에서 말하는 평등함이란 것은 이미 그 자체에 나와 남을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세계에서는 모든 이들이 평등하겠지만, 현실의 세계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부처님의 법을 믿고, 또한 관세음보살님을 믿고 의지한다는 말을 합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우리 밖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고 하지요.
우리 안의 부처님의 성품이 있고, 그 중에서 자비의 화신이 바로 관세음보살님이니까요.
관세음보살님은 나와 둘이 아니고, 무아의 자비로 우리를 지켜준다고 하기 때문에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거라고 봅니다.
 
대상을 조금 바꿔서,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크면 자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의지합니다.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부모를 먼저 찾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의식이 부모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어느 정도 하나인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의식에서도 아이들을 나의 일부분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서는
나와 분리하지 않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무아사랑으로 모든 일들을 해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배우자 - 부인과 남편의 관계는 어떨까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외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부는 전혀 모르는 남들이 만나서 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만들어가면서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혼할 당시에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결혼을 하더라도, 제행무상이라는 원리를 생각하면 그러한 마음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 )
그래서 따로따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만큼 생각이 안맞는 경우도 참 많고요.
그러다 보니 다투는 일도 많고, 더 나쁜 일들도 일어나지요.
이렇게 되는 이유는 부부 사이에서도 너는 너, 나는 나 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인데, 네가 해달라고 하면 생각도 많아지고, 이런 저런 마음이 많이 일어나지요.
또 저런 건 내가 싫어하는 일인데, 너는 계속 하고 있으면 또 마음이 복잡해지지요.
마음이 복잡하면 그 관계가 좋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들겠지요.
 
부부사이의 무아사랑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떻게 하면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고, 너의 괴로움이 나의 괴로움이 되어 내가 적극적으로 해결을 해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내가 너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네가 나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은, 두사람 사이에서 '나'라는 생각이 일어날 때 그냥 버리는 것입니다.
저도 아직 잘 못하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라는 생각을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립니다.
옳다 그르다를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버리세요.
어느 날엔가 '나'라는 생각들이 다 비워지고 나면 아마도 진정한 무아사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믿음을 회복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남은 생을 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심공@바라밀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