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매듭

2011.12.12 15:57

심광@바라밀 Views:12957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바로 어제군요. :)
선우회와 Teen group이 함께 하는 날이라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설명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하다가 눈앞에 매듭이 지어진 끈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누구도 보지 못하는 실체가 없는 것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대 선사들 중에는 "네 마음을 가져와서 나에게 보여봐라"라는 말로서
제자가 괴로와하는 마음을 일거에 날려버린 경우도 계시지요.
우리의 마음은 이처럼 늘 우리와 함께 있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알지 못하게 하고,
어떤 특별한 조건이 되었을 때에만 그 조건에 따라 마음이 움직인 자취로서의 감정이나, 행동으로서 
그 결과가 보이게 됩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원죄라고 하는 죄를 지니고 태어나 누구나 죄인이 되어야 한다는 종교도 있으나,
우리의 불교에서는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최초의 식이 있을 때부터 우리의 불성이란 아무런 티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다르지 않은 불성을 지니고 있고, 어느 누구도 시작부터 죄인이란
꼬리표를 달고 태어나는 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 불성은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고, 우리가 항상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불성에 티끌처럼 또는 때처럼 끼어 있는 것이 우리의 업입니다.
업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할 수 없지만, 업은 죄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죄의 결과는 업으로 돌아가니, 연관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요.
우리의 업은 우리가 노력하는 것에 따라서 없앨 수 있다는 것, 즉 업을 없애서 원래의 밝고 맑고 순수한 
우리의 불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지요.

이러한 업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업을 마음 속에 있는 매듭이라고 설명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데이빗과의 대화를 통해서 참으로 업의 성질과 줄에 생기는 매듭이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매듭을 지은 줄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매듭이 있는 줄은 그대로 쓰기가 힘듭니다.
뭘 할래도 걸리기가 쉽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도 않고, 줄의 길이도 짧아지게 하고 말이지요.
또 매듭이 이미 하나가 있으면 줄이 엉키다 보면 그 근처에 또 다시 매듭이 지기 쉽고,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뭉쳐서 큰 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히 쓸모없는 줄이 되게 만드는 것이지요.
우리의 업도 이런 성질이 있습니다.
업으로 인해 마음을 내가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없고, 하나의 업은 또 다른 업을 만들어내고,
점점 더 강한 습관을 만들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강한 업이 됩니다.
마음 속에 이처럼 강한 업들을 지니고 있으면,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닌 것이 됩니다.
내 마음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업의 마음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줄을 원하는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듭이 지어 있는 것을 먼저 다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자재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업을 먼저 없애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 방법으로 봉사와 수행과 기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업을 만들기 가장 좋은 방법은 나와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모두가 나의 경쟁자가 되고, 타도해야 할 대상이 되고, 미워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한가지 이유를 찾고 나면 그 다음은 점점 더 쉬워집니다.
그 이유는 마음에 이미 하나의 매듭을 지어 놓았고, 똑같은 대상에 대한 매듭을 계속 만들어 가기는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와 내가 나로부터 분리해낸 그 대상은 정말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에는 불이 (둘이 아님), 무아 (나는 없음), 무아상 (나라는 상이 없음) 등과 같이 
모든 중생은 나와 둘이 아니고, 내가 나라고 분리하여 위해 줘야 할 나라는 것은 없고,
나라는 상을 가지면 보살도 더이상 보살이 아니라고 설하셨지요.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친구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동화가 잘 되어 나와 상대를 구분하지 않고
위하는 마음이 있으면 앞다투어 서로 챙겨주면서 좋은 관계가 잘 유지되지만, 
일단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식으로 균열이 생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 틈을 메우기가 정말 어려움을 잘 압니다.
마음 속에 매듭을 짓고, 결단코 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가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 매듭은 누구의 마음 속에 만든 매듭입니까?
나의 마음 속에 내가 만든 매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매듭을 풀어야 하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 
좋은 관계로 되돌리기를 원한다면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입니다. 
이 매듭을 풀고 나면 상대방이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좋은 점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는 모든 일들이 연기에 따라 자연히 이루어지게 됩니다.

올해 한 해동안 지내오면서 마음 속에 매듭을 하나씩 둘씩 맺어오셨다면,
새해를 맞기 전에 그 매듭들을 가능한 한 많이 풀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보시의 마음, 무외시의 마음은 그러한 매듭을 더 쉽게 풀어주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

심광@바라밀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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