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버스웰 교수에 대한 소개

2009.04.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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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Buswell 교수에 대한 소개

 

저번 주 일요일 법회가 끝날 무렵, 현성 스님께서 좋은 인연을 하나 맺게 해주셨다. 다름 아닌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아내 되시는 분을 모셔와 소개해 주신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집으로 일찍 돌아와야 했기에 그 분과 직접 인사를 나누진 못했다. 그 아쉬움 때문일까?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로버트 버스웰 교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한국학의 연구는 일본학 및 중국학에 비해 매우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어 온 한국학의 연구는 그 깊이가 낮다고도 할 수 없다. 그 연구는 자료상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ž현대사 이후에 집중되고 있는 편이다. 특히 한국전쟁과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척되었는데,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을 펴낸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역사학과, 65) 석좌교수가 그 대표적인 학자이다. 공교롭게도 커밍스 교수의 아내 역시 한국 분이시다.

이와 함께 근ž현대사 이전의 연구도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 이에 힘쓰는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여기서 소개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의 로버트 버스웰(Robert Evans Buswell, Jr., 아시아언어문화학과, 56) 교수이다. 그는 자신이 재직 중인 UCLA에 한국학연구소를 세워 이 대학을 북미 대륙의 한국학 요람으로 키워냈고, 작년 2월부터 한국학 학자로서는 처음으로 회원 6천 여명을 거느린 북미아시아학회(Association of Asian Studies) 회장을 맡아 한국학을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중국학과 일본학 전공자가 동양학 회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현재 회장에 등극한 한국학 전공자인 버스웰 교수는 주변부 자리에 머물렀던 한국학을 동양학의 중심 학문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버스웰 교수는 제가 태어난 곳은 미국이지만 제 영혼을 길러준 나라는 한국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대학 1학년 때인 1972년에 UCLA를 휴학하고 태국으로 건너가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출가를 결심한다. 태국과 홍콩을 오가며 화엄불교와 선불교를 공부하던 중 순례여행을 하던 한국 승려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이 계기로 1974년에 한국으로 가 전남 순천에 있는 송광사에서 머리를 깎아 혜명(慧明)이란 법명도 받고 5년간 비구승으로 선 수행을 하였다. 그는 이 때의 승려 체험을 (The Zen Monastic Experience: Buddhist Practice in Contemporary Korea, Princeton Univ. Press, 1992; 『파란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 예문서원, 2000)으로 펴낸 바 있는데, 이 책을 보면 그가 한국에서 받은 깊은 영향은 특별한 행운이자 특권이라면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그는 승복을 벗은 뒤 버클리 대학에서 금강삼매경론의 한국적 기원이란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그 후 한국 불교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UCLA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특히 한국 선 사상에 관해 연구를 하면서 신라의 원효대사 및 고려의 지눌선사와 관련된 논문들을 다수 발표하고 있으며, 한국 불교의 역사ž인물ž현황을 집대성한 영문판 한국불교대사전의 간행을 주도하고 한국의 종교ž역사 고전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열정 때문인지 그는 벌써 2004년에 세계불교학회로부터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한국 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로 작년에 만해대상수상자로 뽑히기도 하였다.

버스웰 교수는 한국학의 세계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학 발전은 아직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새로운 학생들을 한국학에 끌어들이고, 한국학 전문가들의 연구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삼국시대로부터 한국불교는 일본은 물론 중국ž베트남ž티베트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끼쳤다면서 동아시아 역사에 있어서 한국불교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한국학 발전에 대한 열정을 존중한다고 해야 할까? 나 또한 그를 조금이나마 답습하자고 다짐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장효정(20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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