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9 14:19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여
1.
<우주소년 아톰>이란 만화영화는 어린 나에게 미래 세계를 향한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21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만화영화는 인간의 감성을 지닌 아톰(극중에서
부처님 오신날에 웬 만화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사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 만화의 원작을 그린 작가에 있다. ‘일본 만화의 대부’라고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 1928~1989). 그는 1972년에서 1983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불교의 창시자 붓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만화로 재현하였다. 이 <붓다(Buddha)>라는 제목의 만화책은 최근(2005~2007) 미국에서 총 8권으로 영문 변역되어 출판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것을 우연히 집 근처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열심히 오늘까지 2주에 걸쳐 읽은 이 만화는 청년인 나에게 과거 세계에서 일어난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서 약간 자세히 공부 좀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기에 더더욱 흥미롭고 진지하게 읽혔다.
싯다르타 왕자를 비롯하여 야쇼다라 공주, 찹프라, 반다카, 프라센나짓, 비루다카, 빔비사라, 아자사뚜 왕자, 데파, 아사지, 데바다따, 그리고 아난다 등등(상상의 인물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모두가 하나로 얽혀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나는 많은 점들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2006년에는 이 만화의 각 책이 평균 8천5백권이나 팔렸고, 그 중 첫째권이 2만권 이상이나 팔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아무튼, 어려서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꿈과 희망을 안겨준 데즈카 오사무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2.
음력 사월 초파일. 우리는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매년 음력 4월 8일에 거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정부라고 할 수 있는 국제연합(UN)에서는 현재 매년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석가탄신일로 지정하여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1998년에 개최된 세계불교도회의 안건을 UN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한다.
불교의 경(經)과 논(論)에서는 부처님이 태어난 날을 2월 8일이나 4월 8일으로 적고 있다고 한다. 자월(子月; 지금의 음력 11월)을 정월로 치던 때의 4월 8일이 곧 인월(寅月; 지금의 정월)로 치는 2월 8일이므로, 그리고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석가탄신일에 대한 약간의 혼동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인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와 남아시아의 인도 및 스리랑카 등은 인도력으로 둘째달인 웨삭(Vassak)월의 보름날에 해당하는 음력 4월 15일을 기준으로 행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는 지역에 따라 석가탄신일을 서로 다른 날짜에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부처님이 탄생하였음을 감사히 여겨 그것에 보답하는 행사를 거행함으로써 그 분의 가르침을 우리 마음 속에 다시금 되새길 수만 있다면, 언제 어느 때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3.
여기서 여담을 더해볼까 한다. 다음 달(5월 15일)에 영화 <Angels & Demons>가 개봉한다기에 그것을 보러 가기 전에 그 원작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그 책의 작가인 Dan Brown한테서 얻은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 즉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은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에는 아기 예수가 3월에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우리는 늦은 12월에 그것을 축하하지?”(243쪽)라면서 흥미를 돋구는데, 그 이유는 로마교회에서 로마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태양신 축제날인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과 결부시켜 그 행사를 거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도의 인구를 크게 늘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로마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하긴 예수님을 돌아가시게 한 사람도 로마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으니, 꼭 그럴 것 같지도 않다.
흥미로운 사실 중 둘, 즉 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참 불교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물론 천주교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지만, 곳곳에 그 해석에 있어서 작가의 불교적인 해석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생적인 삶에 대한 설명에서 모든 육체적인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너의 몸 안에 있는 세포는 나의 그것과 서로 얽여 있으며 나아가 어떠한 힘이 우리 안에서 서로 작용한다”(45쪽)라고 해석되는 부분에서는 넉을 잃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부분과 합치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부분은 위에서 말한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Buddha>에서도 “모든 생물체들, 곧 인간뿐 만 아니라 사슴, 토끼와 심지어 나무, 풀 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얽혀있는 것”이라며 여러 번 강조하고 있기에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하겠다.
이외에도 Dan Brown은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고대 불교의 선수행법 중 하나라는 ‘Hatha Yoga’의 마스터라는 설정이라든지,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세포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서로 얽혀 있다. 서로에게 봉사하면서. 전체에 봉사하면서.”(110쪽)라는 대화라든지 등은 붓다 또는 카르마라는 단어도 곳곳에 쓴 작가가 세상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불교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차후에 작가가 불교와 관련된 소설까지 내놓는 것이 아닐까라고 예측할 정도였다고나 할까?
이러한 유명한 소설에서 세상의 변화에 대한 불교적인 해석이 서술된 점 또한 불교의 진리를 전세계에 널리 포교하는 데에 잠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나 뿐일까? 여하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Tom Hanks가 이 영화의 주인공역을 주연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이 벌써 나를 영화관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4.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서 연등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불교에서 연등은 등불을 달아 불을 밝힘으로써 번뇌와 무지로 가득찬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어 주는 부처의 공덕을 기리며 칭송하는 의례이다. 『시등공덕경(施燈功德經)』(『고려대장경』 권13 「연등경」)에는 “불법승을 믿어 약간의 등을 바치어도 그것으로 받는 복덕은 무궁무진하고, 불멸후에 등을 탑사(塔寺)에 밝히면 현세에 있어서는 삼종(三種)의 청정한 마음을 얻을 것이오, 내세에서는 삼십삼천(三十三天)에 태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시카고 불타사의 현성 스님께서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연등의 불이 적게 켜있음을 안타까워하신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되어 온 불교의식인 연등회는 인도에서 시작되어 중국을 통해 한반도에 전래되었다. 신라 경문왕 때(866년)와 진성여왕 때(890년)에 정월 15일에 황룡사에서 등을 밝혔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 연등회는 신라시대에 시작되어 고려시대에 들어와 태조 때부터 국가적인 연중행사로 열려 축제적 성격을 띠고 발전하였다. 『훈요십조』에서 고려 태조는 후세 왕들에게 연등회의 행사를 실행하도록 당부하고 있으며, 최승로는 『시무28조』에서 “연등회의 행사에 너무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노역이 심하니 줄여야 하고 각종의 우인(偶人)을 만드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어 그것을 금할 것”을 건의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 초기에도 연등회는 대단히 성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 연등회는 정월 또는 2월 15일에 행하였지만, 고려 말기 공민왕과 우왕대에 와서 4월 8일의 석가탄신일에 궁궐에서의 연등이 정례화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연등행사는 고려 후기에 와서야 전통 습속의례에서 불교의례로서의 그 비중이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우리는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연등행사를 해왔던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이 자리를 통해 시카고 불타사에 많은 연등들이 오래도록 밝게 빛나기를, 그리고 절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이상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여 두서없이 생각나는 데로 서술해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불기 2553년 부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
장효정(2009-04-28)
2009.04.30 03:19
2009.04.30 05:47
2009.04.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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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도 여러번 말씀하셨지만, 불교적인 진리는 우주의 진리이고, 사람들이 모르고 있던 사실들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통해서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불성 또는 공이라고 하는 영역을 통해서 서로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이를 Gaia와 같은 개념으로 확장해보면 지구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은 하나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혼자서 존재하기보다 모든 존재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상생한다는 말이 된다고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