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찾아서

불교는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한 자기[진여(眞如)]를 스스로 발견하려고 그것을 담고 있는 몸을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안에 숨겨져 있는 참다운 자기(眞如)를 우리는 부처님의 본질이라고 부릅니다. 이 본질을 스스로 체험하고 증명하기 위하여 그것을 담고 있는 몸과 마음을 갈고 닦습니다. 이와 같이 참된 나를 찾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행복과 평화와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몸가짐과 끊임없는 수행정신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파도에 비유합니다. 파도의 모양이 여러 가지 있듯이 우리들의 마음도 여러 가지 있어 구별하고 차별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구별하고 차별하는 마음을 우리는 망식(妄識)이라고 합니다. 이 망식(妄識)이 우리들이 평소에 「나」라고 생각 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이 마음을 망식(妄識)이라고 하는 이유는 마치 파도가 바람에 의하여 일어나듯이 이 마음도 어리석은 무명(無明)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망식(妄識)은 마치 바람이 멈추면 파도가 사라지듯이 우리들의 어리석은 무명이 사라지면 망식(妄識)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파도가 사라지면 고요한 수면이 드러나고 물 속에 있는 모든 보배를 볼 수 있듯이 어리석음으로 인한 망식이 사라지면 참 나인 진식(眞識)이 드러나고 진식(眞識)인 참 나 안에 잠재하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닦는다는 의미는 파도를 멈추기 위하여 바람을 멈추게 해야 하듯 망식(妄識)을 쉬게 하기 위하여 어리석은 무명(無明)을 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무명이 다하면 지혜로운 혜명(慧明)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마음은 그릇 속에 담겨져 있는 물입니다. 그릇 속에 담긴 물이 쏟아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릇이 바로 놓여야 하듯이 마음이 바르고 편안히 머물게 하려면 항상 몸을 단정히 하여야 합니다. 불교에서 예절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들이 확실히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참된 나(眞如)의 자극으로 인하여, 부처님의 본질을 찾기 위하여 절에 와 이 강의를 듣게 되고, 절에 오니 절의 예법을 배우게 됩니다.
   

사원 예절

1) 사찰(寺刹)의 기원

사찰은 부처님을 모시고 스님들이 거주하면서 불도(佛道)를 닦고 불법을 수행하며, 불법을 전파하는 등 불교 수행의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사찰에는 부처님의 상(佛像)과 탑, 그리고 덕 높으신 스님들이 계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귀중한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성스러운 곳입니다. 아울러 사찰은 참된 진리를 닦고 가르치고 펴서 사회, 국가, 인류에게 불법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래서 사찰은 불교 신자들이 지혜와 희망과 용기를 얻는 근원지이고,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함께 모으는 정성스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절을 가리키는 말에는 정사(精舍), 가람(伽藍), 아란야(阿蘭若), 사찰(寺刹), 암자(庵子), 승방(僧房), 절 등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정사’나 ‘가람’, ‘아란야’라는 말은 모두 인도에서 유래된 말인데 전부 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불교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집단 주거 장소는 부처님 당시 마련된 죽림정사(竹林精舍)입니다. 그후 인도에서는 스님들이 사는 곳을 아래의 표와 같이 구별해서 부르게 되었습니다.

사찰(寺刹) 사원(寺院) 사암(寺庵), 승방(僧房), 사(寺)라는 말은 중국에서 연유된 말입니다.

절이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말인데 속설(俗說)로는 절을 많이 하는 곳이기 때문에 절이라는 말도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범어(梵語) /  한역(漢譯) /   내           용

비하라 (vihara) /  외하라(畏訶羅)  / 정사(精舍)
정사(精舍): 지혜와 덕을 연마한 많은 승려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온갖 시설을 완비한 영구적인 거주지로 지은 큰 절

차이트야 (caitya) /  제저(制底) / 지제(支提)
사방의 승려들이 모여서 머무는 객사(客舍)

승가람 (samgharama) /  승가람(僧伽藍) / 가람(伽藍)
많은 스님들이 즐겨 머무는 장소. 예배 집회 거주 등에 필요한 모든 시설과 건물을 갖추고 있는 곳

아란야 (aranya) /  아란야(阿蘭若)
민가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으면서 번잡한 속세에서 떠나 잡다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스님들만이 수행하는 좋은 장소.

2) 사찰의 기구

사찰마다 오랫동안 내려오는 전통과 관습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가 있습니다. 에를 들어 화계사의 경우 조실 스님이신 숭산행원 큰스님이 계시고, 그 밑에 국제선방과 본방 대중으로 나누어집니다. 국제선원은 외국스님들에 의한 조직을 가지고 있고 본방 대중 쪽에는 주지, 총무, 교무, 재무, 서무, 원주, 부전의 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도회 밑에 합창단, 거사회, 청년회, 학생회, 어린이회, 봉사부, 홍보부, 불교대학외 꽃꽂이반, 목탁반, 영어반 등으로 다양한 활동이 있습니다.

3) 절을 찾을 때의 마음가짐과 몸가짐

절을 찾아간다는 것은 곧 자기 마음에 정성을 드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절에 가기로 결심을 하면 스스로 자기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서 부처님 앞에 나가야 합니다. 옛 사람들은 절에 가기로 결심한 날이 정해지면 그날부터 부정한 것은 보지 않고 살생을 하지 않으며, 육식을 하지 않고 항상 착한 마음과 정결한 몸가짐으로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서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절을 향해 떠났다고 합니다.


♧절을 찾는 마음가짐

①충분한 시간을 마련해서 넉넉한 마음으로 절을 찾는다.
②부처님에게 올릴 공양물은 정성껏 장만한다.
③너그럽고 온유한 마음으로 출발한다.
④너무 화려한 색의 옷이나 진한 화장을 삼간다.
⑤치마나 바지는 절할 때나 앉을 때 편한한 옷을 입는다.
⑥경내에서는 악기나 라디오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⑦사치스러운 장신구는 착용하지 않는다.
⑧몸을 깨끗이 씻고 정결한 옷을 입는다.
⑨절에서 하는 행사나 남의 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한다.
⑩기도나 제사에 참석할 때는 미리 부정한 일을 멀리한다.


부처님에게 올리기 위해 정성스럽게 마련한 공양물은 집을 출발해서 절에 다다를 때까지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가며 절대로 땅에 내려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쉴 때도 가슴에 안거나 무릎에 놓고 쉬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관광지나 유원지를 찾는 기분으로 절에 오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사찰은 우리 전통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사찰 주변은 산림이 가장 잘 보전되어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찰을 찾을 때는 옛 사람들처럼 지극한 정성은 드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위와 같은 기본 예절은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