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대로 볼 수 있나?

2012.10.04 01:19

현성 Views:5555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한다. 이러함으로,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는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몹시 괴롭게 할 수 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이 한 사람, 두 사람 생기다보면 사정이 악화되어 사람으로 인한 재앙(災殃)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불교에서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조건으로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바른 말, 바른 행동의 조건에는 바른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생각이 불순(不純)하면 말과 행동도 불순하게 나오기 마련이니, 불순한 생각을 우선 정리해야 한다. 불순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바른 뜻 의지(意志)작용이 있어야 하고, 바른 의지가 있기 위해서는 바르게 볼 줄 아는 견해(見解)가 있어야 한다. 바른 견해가 있을 때 있는 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사리(事理)에 이와 같은 중요한 단계가 있으니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을 해야 있는 대로 볼 줄 아는 견해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첫째: 불이문(不二門) 체험해 알아야 한다. 불이문이란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이 독립해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둘이 아니고, 둘이 아닌 것도 아니라는 불교 사상이다. 쉽게 말하면 너와 나는 나눌 수 있는 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도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너를 포함해 나 아닌 모든 것을 떠나 한 순간도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너와 나 아닌 모든 것은 내 몸 밖의 이다. 그러하니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그러나 너를 포함해 내 몸 밖의 모든 것은 각기 살아가는 방법과 취향이 독특하다는 점에서 보면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법이다. 상대를 이와 같은 견해로 볼 수 있을 때 있는 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된다. 연기법과 무아(無我)법문을 이해함으로서 불이문에 들어갈 수 있고, 이기심은 이타심으로 변하고, 자비와 용서 그리고 이해와 사랑으로 포용하는 덕()이 이 문에서 나온다. 그리고 분별심이나 차별심이 문화의 다양성을 인증하고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볼 수 있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죽어도 죽은 바가 없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설사 부모님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내 몸과 마음 안에 존재하고 있다. DNA 검사로 친자(親子)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부모 몸이 내 안에 있다는 증거이고, 부모의 영상을 내 눈앞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내 마음 안에 부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부모의 육신은 죽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은 엄연히 내 안에 계셔 정을 나누는 대화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 몸은 매 순간 변해 가다가 어느 순간 죽는 때가 온다. 그러나 전생에서 이 세상에 온 내 마음은 이 세상을 살다가 연이 다하면 몸을 잃고, 다른 몸을 받아 다음 생으로 간다. 이 진리를 깨달아 믿으면 병들고 늙음을 고통으로 받아지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여기에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와 무상(無常)법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항상 복과 지혜를 닦는 일을 해야 할 일로 알고, 열심히 하되, 일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물듦이 없이 편안하게 할 일을 일념으로 하는 마음이 될 것이다.

 

셋째 지혜: 죽음이 없는 이치를 깨달은 것은 지혜의 가피이다. 자비와 원력의 힘으로 불순한 업종(業種)의 걸림을 받지 않아 물같이 바람같이 자연스럽게 부름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지혜의 힘이다. 마치, 세상의 소리를 듣고 그에 응하시는 관세음보살님과 같이.

이렇게 위 3가지를 만족할 수 있을 때 바르게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견해가 열리게 된다.

 

어떻게 해야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우리들 마음에는 수많은 불순(不純)한 업의 종자가 있어 순수한 마음을 가리고 있다. 그들이 사물이나 사실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하므로 바른 생각을 할 수 없고, 바른 말, 바른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행을 통해 우리들의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 불순한 업의 종자를 소멸하고 선량한 종자를 많이 심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내 안에 있는 불순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많이 하게 한다. 수행에는 봉사, 보시, 염불, 간경, 사경, 독경 등이 있다. 이들을 통해 모든 물든 마음을 순화시키므로 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선정에 들어 마음을 가볍고, 맑고 깨끗하게 해 밝아지게 하고자 한다.

 

맑고 깨끗해 밝은 마음은 사()와 리()를 바르게 볼 수 있는 견해를 가지고 어려움을 바르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지혜로운 생각이야 말로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스님

201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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