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확신

2012.11.07 19:10

현성 Views:5626

우리는 태어나고 죽는 인생을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병들고 늙어가는 인생을 살고 있기에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 자기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없음으로, 항상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불안하고 두렵게 된다.

 

어떻게 하면 병들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인생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을까.

 

불교 수행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누가 만든 두려움인가? 두렵게 느끼는 생각이 나를 묶어놓는 것이 아닌가? 괴롭다는 생각이 나를 묶어놓고, 긴장과 갈등이라는 생각이 나를 묶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깊이 관찰하는 수행을 해보면 '나의 생각'이 나를 묶어놓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불안하게 느끼는 나의 생각이 나를 구속하고 있음으로, 내가 그 구속에서 나오려면, 불안을 느끼는 마음을 즐거움을 느끼는 마음으로 바꾸어 놓는 수행을 하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나는 항상 즐거워하는 ‘나’로 바뀔 수 있다.

어떠한 일이 나에게 다가와도 나에게 온 이유가 있고, 내가 접하여 해결해야 할 이유와 방법이 있다. 결코 불안해할 이유나 괴로워해야할 일은 아니다. 괴로워하면 오히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잃고 당황하여 일의 순서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우리들이 생활하는 가운데 수행을 열심히 해서, 자기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길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그 길을 따라가서 두려움을 느끼는 마음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 뿌리에 두려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편안함도 같이 있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두려움을 택하였음을 인식할 수 있다. 이 때 두려움보다 편안함을 찾아 놓으면 된다.

한 번만 두려움을 느끼는 생각을 편안함을 느끼는 생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으면, 그것이 전례가 되어 모든 두려움이나 괴로움을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바꿔놓을 수 있게 된다.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게 되고 꿈과 희망 그리고 높은 이상을 세우고 생활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괴로운 생각과 두려운 생각이 윤회하는 것을 속박, 감옥, 지옥 등이라 하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윤회하는 것을 해탈, 자유, 평화, 극락, 열반 등이라 한다. 수행을 해 보면, 괴로운 생각과 두려운 생각은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한 ‘나’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한 ‘나’에 구속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속박되어 있어,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점점 더 작고 좁은 지옥으로 빠지는 윤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나’도 모르게 가고 있는 지옥 길의 윤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수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들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허락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일하고 나쁜 일하는 것은 한 생각의 차이이나 그 생각이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윤회인데 나쁜 생각의 윤회는 나쁜 결과를 낳고, 좋은 생각의 윤회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 진리이다.

수행은 나쁜 생각을 멀리하고 좋은 생각을 가까이하고자 함에 있다. 좋은 생각은 폭넓게 보는 생각이다. 자기 이익이나 안전만을 위하는 생각은 좁은 것이나, 자기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모든 인연의 이익과 안전을 위하고자 하는 생각은 넓은 것이다.

수행을 통해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모든 인연들을 살펴보면, 하늘과 땅 나가 둘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알 수 있을 때, 내 몸과 마음도 둘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니고, 내 몸과 마음도 둘이 아닌 사실을 인지(認知)할 수 있을 때, 몸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내 몸의 요소가 없어진 것이 아니요, ‘내 마음’도 이 몸 받았다고 새로 생긴 것이 아니요, 이 몸이 죽었다고 ‘내 마음’도 죽는 것이 아님을 수행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체와 하나 된 나를 체험할 수도 있다. 즉 생사(生死)가 없음을 알고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없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게 된다.

무슨 말인가? 비유로 설명하면, 바닷물이 증기가 되고 구름, 비, 눈, 이슬, 안개 등으로 수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이 때, 구름이 나는 ‘구름’이라고 집착하지 않고 물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으면 ‘구름’이 생겼다고 ‘내’가 생긴 것이 아니요, ‘구름’이 사라졌다고, ‘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구름이라는 체험을 통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체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고 병들고 죽는 것은 자기 변화의 한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새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요 죽는 것도 아닌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다. 존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을 때, 병도 괴로워할 일이 아니요 죽음도 두려워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2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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