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을 맞이하여

2010.12.29 23:48

현성 Views:6480

나 자신을 돌아볼 여가도 없게 한 사나운 호랑이가 이제 꼬리를 내렸다.

초조와 강박감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진 한 해였다.

삶이란 무엇이며, 진정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불교에서는 “내”안에 “나”가 둘(2)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참나’[진아(眞我)] 혹은 ‘참마음’[진심(眞心)]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가짜 나[가아(假我)] 혹은 사심(邪心이)라 한다. 내가 숨을 쉬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 뛰어 다니고 있는 나는 ‘참나’가 아니라 ‘가짜 나’이다. 그러한 환경에까지 나를 몰고 간 나도 ‘참나’가 아니라 ‘가짜 나’가 한 짓이다. 다만 그것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들이 불안과 괴로움을 받는 원인은 모두 ‘가짜 나의 삿된 마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정불화, 화, 폭력, 증오, 가난, 질병 등도 모두 ‘가짜 나의 삿된 마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내가 숨을 들이쉴 때, 그것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그 마음이 ‘나의 참마음’이다. 이 세상에서 갖고 싶은 보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며, 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내가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다.”는 보물보다 더 귀한 보물이 어디에 있을까?

‘내 참마음’이 내 몸의 동작과 접촉할 때마다 그 경이로움을 인식할 수만 있으면 ‘참 기쁨과 고마움’이 그 인식에서 솟아나올 수 있다.

‘내 참마음’이 내가 숨을 쉬며, 내 발이 걷는 동작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내가 지금 숨을 쉬며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내가 숨을 쉬기 어려울 때, 걷기 힘들 때, 그 때 받는 고통은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 참마음’이 내 몸이 숨을 쉬며 걷는 동작과 접촉할 때마다 그 경이로움을 인식하고, ‘참 기쁨과 고마움’이 그 인식에서 나올 수만 있으면 깊은 선정(禪定)에 들 수 있다. 선정은 집중력(集中力)을 평상시보다 몇 배나 높이게 한다. 이 집중력은 통찰력(通察力)을 겸하여 내 마음 속에 있는 ‘삿된 마음’을 찾아 하나 하나 굴복 받아 ‘참마음’을 돕는 친구가 되게 한다.

이 작용은 ‘참마음’이 ‘나의 삿된 마음’을 치유(治癒)하는 작용이다. 이 치유가 끝나면 일체 번뇌, 망상, 잡념, 화, 두려움, 가정불화에서 자유로워진다. 이 때, ‘나의 참마음’이 비로소 ‘나의 주인’이 되어, ‘참마음’의 삶, 풍요로운 삶, 무한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때 몸과 마음이 서로 걸림이 없게 작용한다고 하여 이사무애(理事無礙)한 삶이라 한다.

“나는 숨을 쉰다.” 얼마나 경이로운 사실이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실이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사실인가.

 

새해를 맞으면서 독자 여러분들께 보내드리는 숨결의 선물이오니 고요히 받아 주소서!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0년 12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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