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사람이 행복하고 불행한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또 가장 큰 당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좋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좋은 것을 좋은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고 투명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건강하고, 부부연이 좋고, 재복이 있고, 권력이 있으며, 명예가 높고, 수명이 장수한 것에 있다고 생각해, 그것들을 추구하기 위해 신명을 다해 노력한다. 10대에서는 공부를 위해, 20대에는 취직과 결혼을 위해, 30, 40, 50대에는 자수성가 아니면 권력과 명예를 위해, 그리고 60대에는 수명장수를 위해 모든 힘을 다 기울이게 된다.

이와 같은 인생 일대사에서 일어나는 공통점은 경쟁과 병(病), 늙고 죽음이다. 병약(病弱)한 사람은 치열한 경쟁을 감당할 수 없으니,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자기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불교에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기 위한 조건을 복덕(福德)이라 한다. 건강을 타고 나는 것도 복이요, 공부를 잘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도 복이며, 부부연이 좋은 것도 복, 돈 잘 버는 것도 복, 권력과 명예를 얻는 것도 수명이 장수한 것도 모두 복덕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이 다 복과 덕이 아닌 것이 없다.

 

이 복과 덕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일체가 인과(因果)와 마음에 의해 일어나고 소멸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귀로 들을 수 있는 것,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입으로 맛을 볼 수 있는 것,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말을 하고 있는 것도 모두 마음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인과법(因果法)을 따른다.

내가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세워 노력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법이다. 이 법에 의하면, 알 수 없는 과거 생에서부터 내 마음이 지은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의 결과가 현재 내가 가진 몸과 마음이다. 어제 내가 쓴 마음의 결과가 오늘 나의 몸과 마음이고, 오늘 내가 쓰는 마음의 결과는 내일 나의 몸과 마음이 된다는 말씀이다. 하고자 하는 일에 많은 장애가 따르는 것도 내가 지은 업의 결과이며,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도 내가 지은 업의 결과이다. 이러한 일들을 우리는 복이 있다 없다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복과 덕은 어떤 사람이 다정하고 투명하게 깨끗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위해 베풀어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쌓은 공덕의 결과가 현세와 미래세에 복과 덕으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투명하다는 것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번뇌가 전혀 없는 마음이다. 번뇌가 없다는 것은 자기와 남 사이에 전혀 편견이 없고, 남과 남 사이에서도, 사람과 사람 아닌 동물 사이에서도, 동물과 식물 사이에서도, 식물과 물, 산, 공기, 별들의 사이에서도 전혀 우열(優劣)을 다투는 편견이 없는 마음이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가장 명예로운 삶이였으면서도 명예롭지 못하게 사는 사람들과 차별을 지으려 하지 아니하고 자기를 세우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을 여여(如如)한 마음이라 한다.

여여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복덕과 지혜가 겸비된 사람이다. 불자(佛子)로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사람이 커서 결혼대상을 잘 만나고, 재물과 권력, 명예가 있고 수명이 장수한다고 해도 100년을 살기 어려운 것이다. 이 사이에 누구나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을 보고 안다. 이러한 일을 싫어하고 또 두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여여한 사람은 병든 몸속에서 병들지 않은 몸을 체험하고, 낫지 못할 병이라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늙어가는 몸에서도 젊은 몸을 보며 늙어가는 몸을 탓하지 아니한다. 죽어가는 몸에서 새 생명을 보며, 고난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 이러한 것을 삶과 죽음이 둘이 하닌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눈을 지혜의 눈인 혜안(慧眼)이라 한다.

남을 위해 끝없는 보시행(普施行)을 해 복과 덕을 쌓고, 참선, 간경, 염불을 해, 일체 생각의 구속에서 해탈하게 되면, 투명한 마음을 얻게 된다. 투명한 마음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혜안이다. 혜안을 얻은 마음은 인과법에 의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게 된다. 그리고 또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사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이다. 이 마음이 바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돈이 많고 적은 것에서, 직위가 높고 낮은 것에서 기쁨이나 절망을 느끼는 마음이 아니라 돈이 많고 적은 것이나 직위가 높고 낮은 것은 내 마음에 의한 인과법에 의해 이루어 진 것임을 명확히 보고 알고 있으므로 자신의 마음과 인과법이 진행되어가는 것을 바라봄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 이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높고 낮음이 없는 여여한 낙(樂), 행복, 극락이다.

행복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온다.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10년 2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