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禪여행(5) : 오근의 평형, 호흡념(사마타선)


의식적으로 천천히 걷는 내 발의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히 알아차리려고 내 마음을 집중하여 동작 하나하나를 새긴다. 그러다 보면 정신이 동작과 일치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중에서 걸어가는 내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고 가볍게 달리는 짐승들의 발걸음처럼 뛰어가는 자기를 보기도 한다. 이를 소개한 곳이 선여행의 <제7여정>이다.

대지를 걸어가면서 발바닥을 통해 대지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흡인하여 하복부에 채우고 동시에 정수리를 통하여 대기의 자유로운 힘을 마음껏 흡인하여 하복부에 채운다. 이 힘이 내 몸과 마음의 모든 부정한 것들을 정화하여 자비로 화하게 하고 낼 숨을 쉬면서 이 자비를 발바닥을 통해 대지로 정수리를 통해 대기로 뿜어낸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동작을 수없이 많이 반복한다. 마음이 한결 아름다워지고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가 이 숨을 쉬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신비하고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생각하며 한없이 걷는다. 만사에 불평이 없는 자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제8여정>이다.


다음 여정은 극락세계이다. 극락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근(五根)의 평형(平衡)을 이루어야 한다. 오근이란 믿음(信), 정진(精進), 념(念), 정(定), 혜(慧)이다.

이치를 바르게 이해하여 생긴 믿음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믿어 행하는 노력은 노력하는 방향이 잘못될 수 있다. 순수한 믿음으로 시작하여도 다른 네 가지가 진전됨에 따라 믿음도 더불어 증장한다.

정진이라 함은 세밀하고도 정확한 노력이다. 무조건 노력만 하게 되면 생각에 균형을 잃어 참선이 순조롭게 이어가지 못한다. 그가 잡은 화두에 대하여 세밀하게 알고 정확하게 밀고나가는 간단없는 꾸준한 노력이다.

념이란 화두나 혹은 자기가 집중하고자 하는 대상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생각은 앞생각과 뒤 생각사이에 아무 번뇌도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념(念)이라 하기 때문에 염념(念念)이 화두를 이어가게 하는 정진이다.

정(定)은 선정에 드는 것이니 염념이 화두를 잡고 이어가다보면 화두를 잡은 사람도 화두도 없는 삼매에 드는 것을 말한다. 믿음, 정진과 념이 평형을 이루었을 때 저절로 선정에 들게 된다.

선정에 들게 되면 세속적 욕망이나 육체적 욕망에서 벗어나 혜안(慧眼)이 열리게 된다. 이것을 혜(慧)라고 하는데 혜로 인하여 사물을 바로 보고 바로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혜로 인하여 자기의 능력 향상이 생긴 것을 인식함으로 인하여 믿음이 더욱 향상된다.

이 믿음은 다시 더 높은 단계의 정진, 념, 정, 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혜는 다시 믿음을 더욱 증장시켜 구경에 위없이 높은 정각(正覺)을 이루게 한다.    


대념처경(大念處經)에 안반념(安般念) 혹은 호흡념(呼吸念)이라고 부르는 사마타선 수행법이 있다. 이는 좌선하는 자세로 조용히 앉아 코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수행법이다.

코 구멍 가에 한 점을 집중 점으로 정하고 그 점을 일념으로 바라보며 그 점을 통과하는 숨이 긴 숨인가 짧은 숨인가 감지한다. 이와 같은 호흡을 잡념 없이 계속하다보면 정신이 집중됨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이 코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형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흘러가는 장면이라 생각하고 흘려보내야 한다.

어느 장면에도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진행되던 참선이 끊기어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오기 어렵다. 과거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영화처럼 흘러가다가 전생에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한 장면이 반복하여 왔다 갔다 하다가 코 구멍 집중 점에 안착하게 된다. 사람마다 모양과 색이 다르다.

바라보는 수행을 계속하다보면 딱딱하고 굳은 모양은 솜이나 구름처럼 부드러운 모양으로 변하고 진한 색깔은 맑고 밝고 투명하게 변하여 간다. 드디어 모양도 색깔도 투명한 광채로 변한다. 앉을 때마다 밝아오는 광채가 떠오르도록 수행을 진전시켜야 한다. 이 곳이 많은 선수행자들이 희구하는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이요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이다. 이를 극락세계라고 불러봤다.  


상세한 수행법은 「나를 찾아 떠나는 禪여행」의 제9와 10여정 ‘극락세계’에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