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50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봉축법어

2007.02.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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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50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봉축법어


부처님이 오신 사월초파일은 양력 5월 5일이나 저희 절에서는 봉축행사를 일요일인 4월 30일에 하게 되었습니다.


카필라국 태자인 고타마 싯달타가 29세에 왕위와 태자비 야쇼다라 그리고 아들 라후라를 뒤에 두고 새벽에 유성출가(踰城出家)하여 6년간의 고행 끝에 35세에 우주의 진리를 깨달으시고 중생이 받는 고통, 그 고통의 원인, 그리고 그 원인을 소멸하여 고통에서 자유로운 해탈을 얻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출가를 결심하게 된 원인은 그 당시 서민에게는 계급의 한계로 말미암아 삶에 대한 희망이 없었고, 천민의 생활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국가의 왕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당시 브라만교의 사성계급이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인 질서로 유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싯달타 태자는 우주의 참된 진리를 깨달아 천민이 받는 고통을 해결해 주고자 출가까지 하여 35세에 우주의 진리를 깨달아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시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바는 브라만교의 사성계급과 여성을 차별하는 종교적인 의례, 종교 의식을 위해 동물을 죽여 재물로 바치는 관습은 특정인들이 자기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브라만 신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으시고, 그러한 브라만교의 교리는 진리가 아니라고 설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성계급을 부정하여 서민과 천민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주고, 남녀 차별을 부정하고 평등을 주장하셨습니다.

유교(儒敎)에서와 같은 남존여비 사상으로 여성을 제사에 참석치 못하게 하는 브라만 종교의식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성의 배에서 나오지 않은 남자가 있으면 내 앞에 나오시오. 아무도 나오는 사람이 없자 부처님께서 여성이 남자보다 천하다면 여성의 배에서 나온 남자도 반드시 천해야 할 것이요. 여성의 배에서 나온 남자가 숭고하고 존귀(尊貴)하다면 그 아이를 낳은 여자도 숭고하고 존귀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설파하셨다.

그리고  남녀간에 밀담(密談)하는 것이 발견되었을 때 여성의 음행을 공개된 자리에서 곤장을 치는 벌을 주고 남성에게는 죄를 묻지 않는 종교의식이 있었는데 이 광경에 접한 부처님께서는 남녀가 동시에 그리고 한 장소에서 같이 밀담을 나누었으니, 여성에게 죄가 있다면 남성에게도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할 것이요, 남성에게 죄가 없다면 여성에게도 반드시 죄가 없어야 할 것이니 그 여성을 풀어놓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여 그 여성에게 가하던 벌을 중단하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인간뿐만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가 하나에서 인연 따라 만들어 지는 것이고, 인연 따라 무상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니, 악연이 될 경우 원한 관계로 서로 죽이는 아수라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의 생명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하여 살생을 금하였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할 것은 물론이요 미생물의 생명까지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 곧 부처님의 자비사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시의 사회악은 바로 사성계급, 남녀불평등, 생명을 경시하는 브라만 종교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브라만 종교의 대안으로서 불교 승가제도를 설립하고 이 승단에 들어오는 사람은 혈족과 출신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여 사성계급을 부정하고, 여성 승가제도를 도입하여 남녀평등을 실현하고, 살생을 금함으로서 생명존중사상을 고취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그 시대 인도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법이 인도사람들에게 크나큰 희망을 고취시켜주었기 때문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후 23년 사이에 2만 명이 넘는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참여하는 대승단을 이루시었고, 모든 왕들도 부처님께 귀의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부처님께 묻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지 2천5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와 유사한 종교단체들이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있습니다.

나의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생명을 경시하는 종교는 고통 없는 사회, 평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아직도 이 지구상에 남녀 불평등이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도 역시 종교적으로 남녀불평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질(同質)의 종교만이 참된 것이고 이질(異質)의 종교를 용납 못하는 종교도 있습니다. 이러한 종교는 이질의 종교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투쟁을 면할 수 없습니다. 투쟁은 항상 평화를 위협할 뿐입니다. 미합중국과 같이 다민족(多民族), 다종교(多宗敎), 다문화(多文化)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제도가 필연적으로 형성되어 갈 것입니다.


이 지구상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평등, 자유, 생명존중 사상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유 중에는 거주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가 개인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국경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거주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고유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국경은 인간이 만든 경계선이기 때문에 반드시 무너져야 합니다.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상품만이 국경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도 각자 자기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유와 평등이 없는 사회는 어두운 사회요, 자유와 평등이 있는 사회는 밝은 사회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회는 바로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어두우면 사회도 어둡고, 마음이 밝으면 사회도 밝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각자의 마음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연등을 밝힐 것을 권장하셨습니다. 내 마음부터 밝히고 이웃을 밝히자는 뜻입니다. 이러한 귀중한 의미를 가진 연등불사이기에 부처님 오신날 행사 중에 연등불사가 가장 중요한 불사가 되는 것입니다.      


2006년 4월 30일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