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마음

2007.02.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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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마음


담배는 강박한 생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애물(愛物)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즐겨 피우고 있으나,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끊지 못해 피우기도 한다. 이 글은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올리고자 한다.

‘담배’가 나를 피우는가? ‘내’가 담배를 피우는가?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다면 ‘담배’가 나를 피우는 것이 아닌가? 무엇이 ‘담배’로 하여금 나를 피우게 하는가? 담배에 대한 내 마음의 갈증이 ‘담배’로 하여금 나를 피우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무엇이 담배에 대한 갈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일까?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무엇인가 의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되어 갈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갈증이 담배, 술, 노름, 마약 등등에 의지하여 심화될 때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닐까?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의 습관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현실과 이상의 괴리(乖離-사이가 틀어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사실을 사실로 보려하지 않고 이상에만 집착하여 무엇이든 신속하게 성취하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현실을 외면한 이상(理想)은 결국 허망(虛妄)하게 되어지고, 조급한 마음에는 가속(加速)이 붙어 더욱 복잡해지고, 결국 사고의 원인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급해지고 불안할수록 담배를 더욱 많이 피우게 되지만, 담배가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켜주기보다 괴리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현실 속에 이상이 있고, 이상 속에 현실이 있는 것을 현실과 이상이 ‘상즉(相卽)’한다고 한다. 이와 같을 때 이상을 바라보는 상상력은 변화무상한 현실 문제를 개척케 하는 길을 열어 주며,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여 주고, 현실은 이상을 현실화(現實化) 될 수 있게 하는 인연들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바탕이 된다. 이것 역시 마음이 짓는 것이다.

무엇이 현실과 이상을 괴리시키게 하고 또 상즉하게 하기도 하는 것인가?

그것은 사람들이 갖는 근기(根器) 혹은 성격(性格)에서 오는 것이다. 성격은 현세(現世)에서 지은 업(業)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전생(前生)에서 가지고 온 성격일 수도 있다. 현세에서 지은 업은 어느 정도 쉽게 개선할 수 있지만 전생에서 가지고 온 업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문제는 마치 전생에 지은 업을 금생에 가지고 온 것과 같이, 금생에 고치지 못한 업은 내생에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이것을 윤회(輪回)라고 한다. 잘못된 성품을 고치고자 노력하는 움직임을 수행(修行)이라고 한다.

수행하는 방법 중 하나로 담배피우는 습관이 형성되어 지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관찰하는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하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 한다. 담배가 자기의 허파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주위 사람들과 사물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관찰한다. 모든 공공기관이나 비행기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담배 피우는 습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엄밀히 살펴보면 그도 역시 마음의 장난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마음과 피우지 말자는 마음 중 어느 마음이 자기의 진짜 마음이고 어느 마음이 가짜 마음일까? 진짜마음은 나에게 이롭고 이웃에도 이로울 뿐 아니라 나의 환경에도 이롭다. 그러나 가짜 마음이 진짜 마음을 지배하여 내 몸을 해치고 나의 이웃에게 불쾌감을 주고 해롭게 하며 환경을 해친다. 진짜 마음이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가짜 마음을 제어하지 못할 때, 다른 유혹도 제어하지 못하게 되어 삼재팔난이 기다리고 있게 된다. 가짜 마음은 수많은 재앙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이들을 증식시키는 동력이 된다.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가짜 마음은 시간에 따라 번식하여 강도 높은 재앙을 불러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짜 마음이 가짜 마음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갖은 고통에서 벗어나 좋은 복락을 누려지게 된다. 이러한 사람은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가짜 마음을 제어할 수 있는 제어력(制御力)이 강하기 때문에 어떠한 부정(不淨)한 유혹도 항복받을 수 있어 삼재를 비롯하여 모든 재앙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진짜 마음이 가짜 마음에 의해 지배받는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도 될 수가 없다. 가짜 마음이 치성한 사람은 악습(惡習)에 젖어 있기 때문에,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높아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머리가 상기되어 아플 수 있다.

진짜 마음이 가짜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악습을 조복(調伏)받을 수 있어 허망한 생각이나 망상을 여읠 수 있게 되니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져서 마음집중을 잘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람은 수행이 원만하게 성취되어 현실과 이상을 항상 상즉(相卽)하게 하여 어려운 현실을 불만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개선(改善)해 나가는 좋은 성품을 가져, 만사형통한다.


2007.1.21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