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지 순례기(4)

2007.02.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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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 순례기(4) - (현성스님, 2005.3.20.)


1월 19일 수요일 오후에 초전법륜지 바라나시 사르나트 녹야원에 도착하였다.


초전법륜지란 부처님께서 우주의 진리를 깨달으신 후 처음으로 법을 설하신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신 곳이라는 뜻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부처님 당시 어린 고타마 싯달타가 문제가 있다고 본 인도의 사회상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것이 좋겠다.

당시 인도에는 사성(四姓)계급 제도가 있었는데 바라문 창조신께 제사(祭祀)를 지내는 바라문족은 하느님(梵天)에게 선택된 선민으로 제일 상위계층에 속하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외적을 막고 치안을 유지하는 왕족은 바라문족 다음에 위치하는 귀족이고, 대다수의 백성들은 서민과 천민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불복하지 말고 절대 순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혼인은 각 계급 간에만 허용되고 다른 계급과는 허락되지 않으며, 그것을 범하였을 때는 바라문족은 죄가 없고 다른 계층사람들은 엄한 벌을 받았으며, 같은 계급 간에도 여성은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왕이 될 수 없으며, 또 여인과 천민은 출가 수행하는 것이 금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천민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였다. 이 비참한 모습을 보고 당시 카필라국의 태자 고타마 싯달타는 어떠한 이유로 저 사람들은 저렇게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타마 싯달타는 태자의 직위와 부인과 아들을 뒤에 두고 29세 청춘에 출가하여 수행생활 6년만에 사람과 모든 살아 있는 중생이 받는 고통의 원인을 깨달으셨다.

그가 깨달은 우주의 진리는 첫째, 하느님은 모든 사람과 일체 중생에게 평등하시다. 그렇기 때문에 사성계급은 물론 인종간의 차별을 만든 그런 하느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녀의 차별을 만든 하느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를 포함한 일체 중생은 하느님에 대한 잘못된 견해(見解)로 만들어진 구속으로부터 해탈하여 자유로워야 한다.

둘째, 상(償)을 주고 벌(罰)을 주는 하느님은 없다. 하느님은 오직 나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나의 책임 하에 나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신다. 내가 남에게 해롭게 혹은 이롭게 하는 마음가짐, 말하는 버릇, 몸으로 행하는 동작 등으로 짓는 업장! (業障)이 내가 받을 행 ․ 불행 그리고 고통의 원인이다. 이렇게 하여 받는 고통을 과보(果報)라고 한다. 이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는 내가 받고 그 결과는 다시 새로운 행동의 씨앗이 된다는 뜻이다. 내가 심은 씨앗의 결과를 내가 받고, 내가 받은 결과가 새로운 씨앗이 되어 새로운 행동을 하게 한다. 이것이 행복의 방향으로든 불행의 방향으로든 내가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셋째, 하느님은 저 먼 하늘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이 우주에 충만하시니 우주의 작은 우주인 내 안에 계신다. 이를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법신(法身), 진여(眞如), 불성(佛性), 참나, 주인공 등으로 부른다. 그러므로 내가 행복한 삶을 사는 극락(極樂)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거에 지은 업장을 소멸하고 새로운 악업(惡業)을 짓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선업(善業)을 쌓아 가야하며 세상의 이치를 아는 도(道)를 깨닫기를 원하면 선정(禪定) 수행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팔정도(八正道)를 닦아야 인간이 받는 모든 구속에서 해탈하여 대자유(大自由)를 누릴 수 있다.


부처님께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중생의 평등과 자유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깨달으시고 이를 제창하셨다. 이 진리를 처음으로 설하신 곳이 바로 이 바라나시 녹야원이며 이 설법을 최초로 들은 사람이 고타마 싯달타가 출가하여 수행하실 때 같이 수행한 바 있는 다섯 비구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고타마 싯달타가 성불(成佛)하였음을 믿지 않았으나 부처님의 거룩한 덕과 위의(威儀)에 감동받아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추어 법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드디어 말문을 여셨다. “그대들은 나를 여래(如來)라고 부를 것이요, 고타마라고 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미 감로의 도를 발견하였고, 나는 이제 감로의 법을 증득하였기 때문이니라. 나는 곧 바로 부처로서 일체지(一切智)를 완전히 갖추었으며 고요하고 번뇌가 없어서 마음에 자재로움을 얻었느니라.” “그대들이 나의 가르침을 받아 지녀 따르고 청정히 수행한다면 곧 해탈 락을 얻으리라.” “출가 수행자에게는 반드시 버려야할 두 가지의 장애가 있다.

첫째는 마음이 욕망의 경계에 집착하여 쾌락에 빠지는 것이니 이는 어리석은 범부들이 찬탄하는 바이며 출가인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무익한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괴롭히는 고행에 빠지는 것이니, 이는 출가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으로써 심신이 모두 고통의 과보에 떨어질 뿐 출가인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해탈의 원인이 아니며 욕망을 소멸하는 원인이 아니며, 부처를 성취하는 원인이 아니므로 반드시 버려야 한다.

수행자들이여, 여래는 이 두 가지 치우침을 버리고 중도의 길을 깨달았다.” “수행자들이여,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이는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을 말함이니, 곧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이니라. 이 중도는 모든 것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알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이므로 지혜를 낳아 범부의 눈을 뜨게 하고 이들은 마음의 평화와 진리의 크나큰 체험으로 열반 성취케 하리라.”고 설하시고 부처님께서 이들을 직접 지도하시어 이 비구를 모두 득도(得道)하게 하셨다.

그들은 그들이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던 도(道)를 깨닫게 되니 감개무량하여 부처님께 귀의하고 제자가 되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부처님은 이들을 비롯하여 2년 사이에 천이백오십명의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을 제자로 두게 되고 당시 16개국 중 가장 큰 나라인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도 부처님께 귀의하게 되어 자유와 평등을 전 인도에 선양하는 막강한 교단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불교나라 바라나시 초전법륜지에서 2500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우리들 모두 5비구가 되어 부처님의 설법을 다시 새겨 보며 참배하는 이 감격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나무 석가모니불.


첨부 사진

50, 53: 바라나시 초전법륜상. 부처님께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여 대해탈을 성취하여 대자유와 평등을 누리게 하라는 수인(手印)을 하고 계신다.
56, 57, 60: 아쇼카왕이 세운 초전법륜지 기념탑에서 일행이 예불을 모시고 있다.
58, 59: 아쇼카왕이 세운 초전법륜지 기념탑 탑돌이 하는 우리 일행.
55: 아쇼카왕이 세운 초전법륜지 기념탑과 우리 일행.
49: 바라나시 입구에서의 일행
54: 녹야원 5비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