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신년사

2007.02.2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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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년사


새해를 맞이하면서 무엇인가 우리 동포들에게 유익한 말씀 한마디 하라는 말로 들린다. 천 마디를 하고 만 마디를 한다 해도 결국 우리 동포님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넘어가는 것은 없지 않을까?

어떻게 하여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물과 같이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하게 사는 법이요 장수하는 비결이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행복을 즐기는 삶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흙이나 나무나 동물이나 하늘이나 어느 곳에 누구에게 라도 자기를 다 희생하여 가며 그들의 필요에 응하여 준다. 그들의 필요에 다 응하고 남는 물이 있으면 또 아래로 내려가면서 자기희생을 자기의 본분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높은 곳을 보고 살지 않고 아래를 보고 살며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가며 산다면 이 이민 생활에 무슨 불만이 있을 까?

작은 한 줄기 물이 흐르면서 큰 그릇이 오면 큰 그릇을 채워 주고 작은 그릇이 오면 작은 그릇을 채워 주며 모난 그릇이 오면 모난 그릇을 채워주고 둥근 그릇이 오면 둥근 그릇을 채워준다. 크다고 불만 하는 예도 없고, 작다고 너 왜 그렇게 작으냐고 비꼬지도 않으며, 모났다고 투정하는 예도 없고, 둥글다고 더 좋아하는 법도 없다. 오직 오는 데로 인정하고 받아주고 만족시켜줄 뿐이다. 우리가 이와 같이 산다면 이민 생활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지 않을 까?

그러면서도 작은 물줄기는 모여서 큰 물 줄기가 되고, 큰 물 줄기는 모여서 강이 되고, 강이 모여 큰 강이 되고, 큰 강이 모인 곳을 우리는 바다라고 부른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이 되고 큰 강이 모여 바다가 되면서 말없이 유순한 이 물이 인간도 두렵게 생각하는 큰 위력을 때 때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우리들의 미국 이민 생활에서 한 동포가 한 동포를 만나 두 동포가 되고 두 동포 세 동포가 만나면서 백이 되고 천이 되고 만이 되고 지금은 10만이 넘는 동포가 시카고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 전역에는 몇 백만이 넘지 않을 까? 모일 때마다 갈기갈기 찢어지지 말고 흐르는 물처럼 우리도 하나가 되어 유유히 흐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 위력을 이민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을 까?

바다에 모인 물은 수많은 종류의 생명들을 포용하고 유지하게 하면서도 바다 밑에 한없는 보배를 저장하고 기르며 육지에서 내려온 더러운 물들을 말없이 정화하여 깨끗한 물로 만들어 다시 모든 생명들이 즐거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된다. 우리도 이와 같이 포용력이 있어 모든 생명들의 건강과 안락을 위하여 자기희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높은 상류지방에서 아래로 흐르며 항상 자기희생을 감수한 물이지만 놀랍게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줄지도 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희생의 비결이며 희생을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가르쳐 주는 법이다. 우리가 아무리 돈을 벌어 쌓아 두어도 이 세상을 떠날 때 한 푼도 가지고 갈 수 없는 이치이다. 가지고 간다면 지구상의 재산은 적어지고 그만큼 저 세상의 재산은 많아지게 될 것이지만 아직까지 가지고 갔다는 사람 보지도 못하였고 들어보지도 못하였다. 물이 아무리 희생해도 물의 절대량에는 변화가 없듯이 우리가 아무리 희생하여도 우리의 절대가치가 주는 법이 없으며, 아무리 인색하게 하여가며 재산을 모아도 우리의 절대가치가 느는 법이 아니라는 이치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고,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고 불행이 겸치게 된다.

갑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도 물과 같이 자기희생을 즐거이 하고, 남이 나와 다르다고 부딪치지 말고 항상 화합하는 자세로 융화하며, 자기 이름을 세우기 위하여 파생(派生)하지 말고 작은 강이 큰 강에 이르면 작은 강의 이름은 사라지고 큰 강의 이름만 남는 이치를 숙연히 받아들여야, 큰 강 큰 바다의 한 부분으로서 더 많은 생명들 특히 우리 동포들의 삶의 서식처가 되도록 우리 동포 사회를 육성하여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들 자신을 다시 돌이켜보며 새로운 희망의 해 갑신년을 맞이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우리 동포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삼배 드립니다.


2004. 1. 2.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스님 삼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