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佛)  


대부분의 불자님들은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지만 간혹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불교란 마음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종교이다. 마음이란 넓게 쓰면 이 우주를 덮고도 남음이 있지만 좁게 쓰면 바늘 끝도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깊게 쓰면 바다 속보다 깊지만 얕게 쓰면 그릇 뚜껑보다 얕다. 어리석기로 말하면 온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가 하면 지혜롭기로 말하면 천하를 태평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뜻하기로 말하면 얼음도 녹이지만 차기로 말하면 증기(蒸氣)도 얼게 한다. 그런가 하면 구속 받기를 싫어하고 자유를 좋아하면서도 스스로 자기를 묶어 그 묶인 매듭을 풀지 못하여 평생을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자유를 잃어버리고 구속받는 사람들, 몸이나 마음의 병으로 구속받는 사람, 재산이 많아 구속받는 사람, 재산이 없어 구속받는 사람 등 수없이 많은 이유로 구속을 받아 고통의 늪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고통의 늪은 결국 자기의 마음을 바르게 쓰지 못한 결과로 일어난 것이니 자기의 마음을 바르게 쓰는 법을 배워 익히면 고통의 늪에서 나오는 길이 보이게 된다.  


「마음을 바르게 쓰는 법을 배운다.」고 할 때 배우는 자가 누구이고 배워서 행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모르는 자도 내 마음이요, 배우는 자도 내 마음이다. 배워서 익히는 자도 내 마음이요, 익혀서 행하는 자도 내 마음이다. 내가 행한 행의 과보를 받는 자도 내 마음이요, 그 결과에 대하여 기뻐하는 자도 내 마음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나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나의 주인공이 내 바깥에 어느 곳에 있어 나를 지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내 바깥에 누가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내가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모든 일을 하고 안하는 것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행하기에 내 마음은 나의 창조주이다.


지금까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내 마음은 현재 내 마음의 모습과 몸의 모습 그리고 주변 환경의 모습을 창조하여 왔고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내 마음은 내 마음의 모습과 내 몸의 모습 그리고 주변 환경의 모습을 창조하고 그 결과를 내 마음 속에 담아 다음 생으로 가져가게 된다.


「마음 쓰는 법」이 왜 중요한가 하면 나와 내 주변 환경과의 관계 때문이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그것도 내 마음에 외로움이라는 부담을 준다. 누가 있다면 그와의 사이에서 좋은 일도 있지만 의견 상의 충돌, 성격상의 충돌, 이해(利害)의 충돌 등으로 많은 마음의 갈등을 일으키고, 이 갈등은 심적 정신적 육체적 병의 원인이 되어 결국 나를 구속하게 된다.

그러나 불교의 마음 법에 의하면 나의 상대되는 사람은 내 마음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다고 보는 법을 수련하는 것이다. 내 마음 안에 있음으로 그와 나는 하나이고 그가 기뻐하면 나도 기쁘고 그가 슬퍼하면 나도 슬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 안에 있는 그의 기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배고프다면 밥 먹여주고 가렵다면 긁어주는 등 내가 지금 상대하는 사람이 내 마음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다고 하는 사실에 대하여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아들이 다른 주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 때 그 아들이 엄마의 마음 안에 있는가, 바깥에 있는가? 남편이 한국에 갔다. 이 때 그 남편은 아내의 마음 안에 있는가, 바깥에 있는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들은 엄마의 마음 안에 있고 남편은 아내의 마음 속 깊이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이 아들과 엄마를 하나로 만들고 남편과 아내를 하나로 만드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들 남편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내가 상대하는 모든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내 마음을 항상 허공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게 하여 이들이 모두 내 마음 안에서 나와 하나 되어, 이들이 원하는 바를 바다가 그 속에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아낌없이 베풀듯이 나도 그들에게 한 없이 베푸는 법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나를 끝없이 비워 무아(無我)의 경지로 나아가는 길이 곧 불교이다.


2005. 8. 4.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미국 중서부 중앙일보에 기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