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불생불멸인 실상의 세계를, 파도는 생멸인 현상의 세계


여여(如如)하다는 뜻은 항상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상 존재하는 것은 시작이 없고 시작이 없으니 끝도 없습니다. 시작도 끝도 없으니 긴긴 밤에 달빛이 홀로 비치듯 고요합니다. 파도가 칠 때는 파도의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이것은 속세와 같이 생사(生死)가 있는 것입니다. 생사가 있을 때는 시골 장터나 백화점 세일할 때처럼 항상 복잡하기 마련입니다.

파도가 칠 때 물은 보이지 않고 파도만 보입니다. 그러나 파도가 곧 물이요 물이 곧 파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도와 물은 불이(不二)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파도가 파도를 일으킨 것이 아니요 물이 파도를 일으킨 것도 아닙니다.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하여 물이 움직여지고 물이 움직여지니 파도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부의 힘이 사라지면 파도는 사라지고 물은 고요함으로 돌아옵니다. 파도는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물은 파도가 일어나나 사라지나 항상 물로서 남아 있으므로 여여(如如)하다고 합니다. 이 여여(如如)한 물은 비로자나 화장세계요 그 물에 의하여 조성되는 파도는 두두물물(頭頭物物)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여(如如)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인 실상(實相)의 세계를, 파도는 생멸(生滅)인 현상(現相)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파도는 바램이 있고 함이 있고 얻음이 있는 세계요 물은 바램도 없고 함도 없고 얻음이 없는 세계입니다. 이 파도의 세계를 유위법(有爲法)의 세계라 하고 이 물의 세계를 무위법(無爲法)의 세계라고 합니다.

파도를 일으키는 힘은 외부에서 오는데 달과 지구의 인력 바람 등이 외부의 힘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서는 업(業)입니다. 업이 마음의 파도인 생멸의 현상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현상(現相)의 세계는 형상이 있으므로 유(有)이고 실상(實相)의 세계는 형상이 없는 세계이므로 무(無)입니다. 이 형상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인 유무(有無)를 물과 파도의 관계에 비유하면 유무불이(有無不二)관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물에서 외부의 힘에 의하여 형상이 일어난 것이 파도요 파도가 사라진 것이 곧 물이므로 물이 곧 파도요 파도가 곧 물이 됩니다. 파도가 생겼다고 하여도 물을 여의고 파도가 생긴 것이 아니요 파도가 사라졌다고 하여도 물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물은 사라지지 않고 여여(如如)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금강경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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