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배우자

2009.01.04 22:23

현성 Views:7228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 하고, 자녀들은 부모님의 후원을 받아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하는 목적은 돈을 잘 벌기 위해, 권력이 있는 지위에 오르기 위해, 명예로운 삶을 위해,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등에 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 어떠한 곳에 취직하느냐가 일차적인 목표이고, 그 다음부터는 더 많은 돈, 더 높은 지위와 명예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게 된다.

세월이 흘러 10년이나 20년 지나고 보면, 돈이 없을 때는 돈이 없어 고민을  했으니, 이제 돈을 많이 벌었으면 그런 고민이 해소 되었는가?, 아니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서의 고민이 또 생기는 것일까? 권력의 직위가 낮을 때 고민이 있었으니, 권력의 직위가 높아짐에 따라 고민이 사라지는 것인가?, 아니면 높으면 높은 데로 더 큰 고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사람이 혼자 살면 고민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연인(戀人)을 만나 짝을 지어 살게 되면 고민이 해소되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고민이 그리고 더 큰 고민이 시작되었을까?

이렇게 한 형태의 고민에서 다른 형태의 고민으로 돌아가는 것을 불교에서 윤회(輪回)라고 한다. 윤회의 원인은 행위에 장애(障碍)가 있는 것이라 하여 업장(業障)이라 하는데, 이러한 업장을 일으키는 것은 삶을 바르게 배우지 못한데서 오는 것이다. 돈, 권력, 명예, 사랑이 좋지만 이들 때문에 오히려 패가망신(敗家亡身)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구속을 당하고, 감옥에 갈 수도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생명을 단축할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이것들을 쌓아가는 법을 바르게 배워야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돈, 권력, 명예, 사랑, 건강 등을 모두 합하여 복(福)이라고 한다. 돈복, 권력복, 명예복, 사랑복, 건강복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복을 짓는 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복을 짓는 법의 첫째는 깨끗한 청정(淸淨)이다. 돈을 버는 직업이든 권력이든 명예 또는 사랑이든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정할 줄 알면 바르게 배운 것이요, 부정(不淨)하면 바르게 배우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는 넓게 베푸는 보시(普施)이다. 이기적인 생각을 제어(制御)하고 남을 위해 베푸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배움이다.
세 번째는 자기 몸을 잘 보호하기 위한 배움이다. 담배, 술, 도박, 마약, 사음(邪淫) 등을 멀리하고, 몸이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야채, 물, 열, 공기를 충분히 흡수하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는 배움이다.
넷 째 돈, 권력, 명예, 사랑, 건강 등은 모두 나와 내 밖의 모든 것들과의 관계인 것을 알기 위한 배움이다. 즉 이들은 모두 나와 인연된 사람들과 사물 그리고 자연과 연(緣)하여 일어나는 현상이고 사건인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과 연하여 일어나는 현상이고 사건이므로 ‘나’ 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인식하고 항상 겸손하고 모든 사람과 사물을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 돈, 권력, 명예, 사랑 등이 행복을 보장하는 요건이 아니라 나와 이들과의 관계를 바르게 배우고 익혀 행하는 것이 행복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것들을 바르게 배우고 익힌 사람은 계속 발전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궁극적인 윤회를 벗어나는 길을 배울 수 있을까?

지금 여기에 선(善)과 악(惡)이 있는데, 선은 나쁜 것이 없는 것이고, 악은 좋은 것이 없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선(善)과 악(惡)은 서로 다른 관계에 있음으로 이분법(二分法)이라 하는데, 불가(佛家)에서는 이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법이라 하여 이법(異法)이라 한다. 이법(異法) 하에서는 돈이 많고 작은 것이 다르고, 권력이 높고 낮은 것에 분명한 차별이 있으며, 명예가 높고 낮은 것을 분별하며, 예쁘고 추한 것, 잘생기고 못생긴 것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러한 이법(異法) 하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고 직위가 높다고 해도 그에 따르는 고민이 항상 따라다니므로 결국은 불행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법(異法) 하에서는 윤회고(輪回苦)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는 악(惡)한 조건 속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그것들을 풀어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에게는 악한 조건을 악한 조건이라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선(善)한 조건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니 선(善)한 조건과 악(惡)한 조건이 그에게는 다르지 않다는 논리가 성립되는데, 이를 불이법(不異法)이라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돈이 있고 없고, 직위가 높고 낮고 상관하지 아니하고 항상 그 때 그 자리에 있음에 감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접근하며 기쁨을 이웃과 나누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 설사 죽음에 임하는 병상에 있다고 해도 “아! 이제 이 병든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되었구나.” 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생(生)과 사(死)에서 고통을 느끼지 않고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생사윤회의 고통(苦痛)에서 해탈하였다고 하고 더 이상 고민과 번뇌가 없는 대자유(大自由)를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떠한 어려움이 몸에 있다고 해도 항상 편안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안신(安身)이라하고, 안신(安身)을 이루기 위해 뜻을 세우고 목숨이 다하도록 정진하는 마음을 입명(立命)이라하는데, 합하여 안신입명(安身立命)이라고 알려진 유명한 명구(名句)이다.

안신입명(安身立命)은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깨달은 사람들만이 증득하는 지혜(智慧)에서 나오는 법이다. 불가(佛家)에서 계율(戒律)를 바르게 지키고 정(定)과 혜(慧)를 닦는 참선수행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안신입명(安身立命)을 추구하여 윤회고(輪回苦)에서 해탈하고, 나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일체중생을 구원하고자 자비행(慈悲行)을 함에 있다.
이러한 사람은 지금 지옥(地獄)에 있어도 지옥의 주변 사정에 적응하여 편안함을 얻고 오히려 지옥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자비를 베풀고자 노력할 것이니 그에게는 지옥과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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