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법과 불교

2007.03.17 22:38

bultasa Views:6624

미국 이민법과 불교


미국은 세계적으로 희망의 나라, 기회의 나라,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온다. 그러나 막상 와 보면 이민법과 노동법에 묶여 삶의 자유를 잃게 되어 고통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은 미국 시민권자들의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이민법이 있기 때문이다.

UC Davis, California 의 한 교수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권자들의 직업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민자들이 추구하는 직업종류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들이 원하는 직업은 서로 보완관계에 있으므로 시민권자들이 좋아하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유지 내지 증가되기 위해서는 그 직종들을 보조해주는 일자리들이 유지 내지 증가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제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작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들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 일들을 새로 미국 땅에 이민 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맡겨 취업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그 제조업 경영이 유지 내지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민법에 의해 이들의 취업이 불가능해 짐으로서 경영이 어렵게 되어 공장을 타국(他國)으로 이전하게 되니 시민권자의 일자리도 함께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많은 일자리들이 이민법에 묶여 있으므로 실은 미국의 노동시장이 확장되고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국민적인 요구에 이민법은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이 미국 땅에 와서 희망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가고 있다.

고급 인력 면에서 본다면 이민법이 미국 시민권자들의 노동시장을 법적으로 보호함으로서 미국에서 공부한 외국 인재들이 미국을 떠나게 되고, 외국 고급인력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법적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들만으로는 세계 경쟁력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실증(實證)되지 않았는가?
즉, 미국 내 큰 기업들이 지금까지 누리던 세계 제1위의 자리를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 내놓게 된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산업, 철강 산업, 전자 산업 등 많은 업종에서 미국은 경쟁력에 뒤지고 있기에 많은 일자리 수가 감소되고, 감소 될수록 이민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3월 9일자 중앙일보와 3월 10일자 한국일보에 빌 게이츠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연간 6만5천 건으로 제한하고 있는 전문직 취업용 H-lB 비자 발급 한도를 30만 건으로 늘릴 수 있다면 환상적일 것이다. 이처럼 대폭 확대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고 했다.
빌 게이츠가 전자 산업면에 국한하여 이렇게 증언 했다기보다 미국 경제 전체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청문회에서 미국 이민법으로 인하여 미국에서 공부한 유능한 외국인재들이 다른 나라로 가게 되니 이는 결국 미국의 경쟁국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미국 이민법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은 현실과 미래를 직관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미국 이민법은 이미 ‘고장 난 상태’라며 법을 고쳐 많은 능력 있는 외국인 기술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미국 이민법이 미국에 오고자 하는 이민자들에게 불리(不利)한 법일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들에게도 불리한 법으로 미국의 이익에 현재와 미래에 배치되는 법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 이민법을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민법 자체가 비인도적(非人道的)이고 비법(非法)이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 우주를 그의 생활권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우주는 하나로 연기(緣起)하고 있다. 태양열이나 빛, 물, 공기, 지구, 달, 별 등이 우주를 그들의 활동권으로 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람 짐승 식물 등 만물의 생존도 이들과 연기함으로서 이루어진다. 이러하기에 나는 새와 기는 짐승에게 국경이 없고 여권이나 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먹이 따라 기후 따라 자유로이 다닌다. 태초에 사람들도 먹이 따라 기후 따라 이동하였지 여권이나 비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즉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은 인간 각자의 고유한 자유인 동시에 권리였다.
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에게 고유한 새로운 세계를 조성(造成)하여가며 살아간다. 이를 불교에서는 연기법(緣起法)이라 한다. 연기하니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도록 노력하면 번영과 평화가 오고, 역행하면 액난과 전쟁이 온다고 했다. 자국민 보호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미국 이민법은 세계가 함께 연기하고 있는 이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고 있다. 이러하기에 ‘취업이민 비자 발급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빌 게이츠의 소견은 타당하고 미래지향적이다.

세계는 지금 하나로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이 그렇고, 정보 통신망이 그러하다. 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이것이 곧 불교적인 세계관이다. 거주의 자유와 취업의 자유도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와 같이 인간의 고유한 자유이고 권리이며 연기의 원칙이다.
물물(物物)이 세계 각국에 자유로이 이동되고 있고, 통신은 이미 국경을 초월해서 이용되고 있다. 그러함으로 세계 각국에서 미국에 와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거주와 취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이민법이 입법되어야 한다. 이 취업의 자유와 권리문제는 앞으로 U.N.에서 반드시 채택되어 모든 국가법에서 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 나라이건 자유롭게 이동, 거주, 취업할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될 때 진정한 인권(人權)이 확립되고 깨끗하고 평화로운 지구촌 건설이 이룩될 것이다.


2007.03.18.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현성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