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씨앗

2011.03.0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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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성에는 2가지 중요한 성품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짝을 지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자가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본능적인 욕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불행해 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 본능의 작용에는 반드시 정서(情緖)적이고 이성적(理性的) 사랑과 자비가 장엄되어 있어야 한다. 사랑과 자비로 장식된 남녀(男女) 짝과 권력자는 행복할 수 있다.

사랑과 자비는 행복의 씨앗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고자 하지만 사랑과 자비의 씨앗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랑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자비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들이 흔히 있는 것이 안타깝게 보인다.

 

불교에서 보는 행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행복은 세속적(世俗的) 삶에서 누리는 행복 즉 세간락(世間樂)이고, 둘째 행복은 천상(天上)에서 누리는 행복 즉 천상락(天上樂)이며, 세번째는 열반(涅槃)에서 즐기는 행복 즉 열반락(涅槃樂) 혹은 극락(極樂)이다.

세간락(世間樂)은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낙인데, 상대적인 개념이 있는 즐거움이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와 자녀지간의 사랑, 스승과 제자지간의 사랑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더해 주지만, 때로는 미움과 증오(憎惡)가 오히려 일어날 때도 있다. 즉 세간락의 행복은 불행과 짝이 되어 있다. 왜냐하면 세간의 사랑은 미움과 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에도 변(變)수가 무수히 많지만, 상대방의 마음에도 역시 변수가 무수히 많다. 그런가 하면, 주변 조건의 변수도 무수히 많기 때문에, 사랑과 미움은 수시로 교차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의 마음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변화무상한 가운데에서 어떻게 하면 불행을 피해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무수히 많은 사랑의 씨앗도 있지만 미움의 씨앗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운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미운 씨앗을 심었고, 언짢은 말을 할 때마다 언짢은 씨앗을 심었으며, 언쟁이나 물리적 다툼을 할 때마다 다툼의 씨앗을 내 마음 밑바닥에 심었다.

이렇게 뿌려진 씨앗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세력이 힘을 받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서로 입힐 수 있다. 이를 때, 사람이 나쁘다고 하기보다 부정적인 생각의 씨앗이 많이 심어졌다고 보는 것이 불교적이다. 사람이 나쁘다고 하면 사람을 바꾸어야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의 씨앗이 원인이라고 보면 그 부정적인 생각의 씨앗을 더 이상 심지 않도록 자신을 돕고 상대를 돕게 되면 악순환(惡循環)은 멈추어 질 수 있다.

 

사람이 미운데 어떻게 밉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운 점만 보는 사람에게는 미운 점만 보이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미운 점을 보는 씨앗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점, 멋진 점을 보는 씨앗이 원인이 되어 좋은 점, 사랑스러운 점을 보려하면 좋은 점도 보이고 사랑스러운 점도 많이 보일 수 있다. 좋은 점을 볼 때마다 좋은 씨앗을 심었고, 사랑스러운 점을 볼 때 마다 사랑의 씨앗을 심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고 그 감정을 말로 전하였으면 그 사랑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요, 행동으로 표현하였으면 그 행동의 씨앗이 심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의 씨앗을 서로 부지런히 심게 되면, 이들의 씨앗이 사랑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세력으로 형성되어 생각마다, 말마다, 행동마다 사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세간사(世間事)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씨앗을 많이많이 심을 줄 알아야하고, 그에게 물을 주고 잡초가 나지 않도록 잘 보살피고 가꾸어야 한다. 불교에서는 사랑의 씨앗과 자비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법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 사섭법(四攝法)이라 부르는데, 네 가지 방법으로 상대방의 정의(情誼)를 감동케 하여 이끌어 드리는 것이다. 첫 째는 보시섭(普施攝)인데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무엇이나 아낌없이 베풀어 그를 감동케 하여 끌어드린다. 둘째는 애어섭(愛語攝)인데 사랑스런 말로 그를 감동케 하여 끌어드린다. 셋째는 이행섭(利行攝)인데 동작이나 말이나 마음으로 그에게 이롭게 해 그를 감동케 해 끌어드린다. 넷째는 동사섭(同事攝)인데 일을 같이해 그를 감동케 해 끌어드린다.

여기에 비결은 섭(攝)자에 있다. 섭자는 당길 섭인데 끌어당긴다는 뜻이다. 섭(攝)자를 자세히 보면 손 수(手)변에 귀 이(耳) 셋으로 되어 있다. 사람에게는 귀가 둘밖에 없는데 어떻게 셋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두 귀는 물론이고 상대의 말의 뜻을 가슴으로 잘 들어야 하기에 가슴에 귀가 하나 더 있는 것이고, 손으로 직접 실천함으로서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드릴 수 있다는 의미 깊은 글자다.

손수 곧바로 실천하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하고 명석(明晳)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부지런하고 명석하면 사섭법의 씨앗을 수없이 많이 심을 수 있게 되어 잔잔한 사랑의 물결 속에서 행복의 메아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 복잡한 세간을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사랑의 씨앗을 심는 방법이다.

 

천상(天上)의 낙(樂), 행복은 불교적 수행을 통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체 갈등을 소멸하고 선정(禪定)에 들 수 있을 때 누리는 낙, 즉 천상(天上)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천상에도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이 있어, 악신 즉 마귀(魔鬼)의 장애를 받지 않는 곳이 아니다.

이와 같이 천상에서도 행복을 장애하는 요인이 있음으로, 선정(禪定)에 들 수 있는 수행자가 더욱 분발하여 수행해서 그 마귀들을 선신(善神)으로 귀화(歸化)시켜 불법(佛法)을 수호하게 할 수 있는 지혜와 방편을 갖추었을 때, 그는 비로소 천상과 세간에서 아무 것에도 장애를 받지 않는 열반락(涅槃樂), 즉 극락(極樂)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수행자가 목표로 하는 바는 열반락(涅槃樂)이라, 불교신도들에게 참선을 많이 하게 하지만, 이들로 하여금 세간락(世間樂)을 누리는 행복의 씨앗, 사랑의 씨앗을 한없이 많이 심을 수 있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합장

201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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