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미소를 띠우자.

2011.10.17 22:35

현성 Views:6069

 지난 3월 29일, 수잔(Susan Jo Hanson)과 만난 인연으로 불타사 무설전에 미륵불 포대보살님을 모실 벽화작업이 시작되어 8월말에 그 작업이 끝났다.

포대보살님이 앉으실 좌대, 좌대를 놓을 마루, 참배오신 신도님들이 앉으실 좌복, 좌대 위 천장, 전기 및 음향시설 등을 모두 새롭게 단장하고, 우리 신도님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포대보살님께서 무사히 도착하시기를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보살님께서는 조각가 알렉스(Alex Palumbo)의 안내를 받아 9월 11일 오후 2시 드디어 무설전에 도착하시어 4시 30분에 좌대 위에 편안히 앉으셨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였던 신도님들은 모두 한결같이 환희심 충만한 가운데 현성스님의 집전하에 시카고 불타사 미륵불 포대보살님 봉안식(奉安式)을 거행하였습니다.

 

9월 17일 보살님께 새 가사를 입혀드리는 작업이 끝남으로서 10월 8일 점안식 행사를 홍보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준비 과정에 우리 절의 많은 식구들이 수고하셨고, 옛날 제가 화계사에 있었을 때 인연 있었던 법우들도 수고에 동참한 결과, 포대보살 점안을 알리는 홍보물이 한국에서 만들어져 10월 6일 불타사에 도착하였습니다.

10월 7일 한국 덕숭총림 방장 설정큰스님께서 시카고 불타사에 오시어 8일 오전 9시 30분 무설전에서 신도님들이 동참한 가운데 미륵불 포대보살 점안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점안식은 포대보살님의 마음에 점을 찍어 눈을 비롯한 팔식(八識)이 가동되게 하여 사람들과 중생들의 고통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통을 낙(樂)으로 전환되게 하여 온갖 즐거움이 있게 하는 신비로운 신앙의식입니다. 이렇게 고귀한 의식이기에 법력이 높으시고 덕숭문중에서 가장 최고 어른 스님이신 설정큰스님을 모시고 점안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포대보살님 점안식을 마친 우리들이 조용한 시간을 가져 봅니다. 포대보살님께서 저희들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메시지를 받기 위해 조용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포대보살님께서는 이미 만면에 가득 찬 미소를 저희들에게 밝게 비쳐주시고 계시고, 저희들은 그 미소를 받고 있습니다. 미소(微笑), 만면에 가득 찬 미소? 미소 짓는 얼굴의 반대는 우울한 표정, 슬픈, 괴로운, 두려운 표정일 수 있습니다. 미소 짓는 얼굴도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요, 두려운 표정도 내 마음이 짓는 것입니다. 미소와 두려움은 마음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마음의 추의 방향이 결정되어 미소를 지을 수도 있고 두려워하는 상이 나올 수 도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내가 어떻게 보느냐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내가 보고 듣고 결정해 처리한 것들이 씨앗이 되어 일어나고 있는 나의 성격이라는 틀 안에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 부인의 느낌과 남편의 느낌이 다르고 자녀들이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성격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틀을 고집하는 것을 집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집착은 고통의 제일가는 원인이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기에 집착을 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집착하는 마음이 거리 쉽게 놓아지지 않습니다. 집착하는 마음이 있는 한 불만이 일어나게 되고 불만이 있는 한, 미소는 백리밖에 있게 됩니다.

미소를 내 얼굴에 띠우기를 원한다면, 집착하는 마음, 고집스런 마음을 놓는 수행을 꾸준하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행을 위해 불타사에서는 매일 저녁기도를 8시에서 9시 사이에 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힘이 나의 마음에 저축됨으로서, 바른 것을 바르게 보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되고, 그른 것을 바르게 돌릴 수 있는 지혜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이러한 지혜의 문이 열릴 때 어려움, 괴로움, 두려움의 원인은 내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므로 내가 나날이 미소 짓고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동력(動力)의 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미움이 강했으면 강했을수록 그 이상으로 더 사랑이 강할 수 있고, 흉한 표정에서 미소에 찬 모습으로 바뀌는 크나 큰 원동력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미움과 사랑은 둘이 아닙니다. 내 마음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내 마음의 추를 항상 미소 짓는 쪽으로 기울게 할 수만 있으면, 항상 즐거운 일이 생기고 희망찬 일이 일어난다는 신비한 철학입니다. 즉 겨울이 춥다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봄이 올 때까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겨울은 추우니까 좋고 여름은 더우니까 좋다는 사람은 겨울에는 추운 날에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찾아하고, 여름에는 더운 날에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찾아 할 것이니 사시사철 좋은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보일 수 없지만,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엔가 있을 거야라고 하며 찾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거기에 있고 웃는 모습과 미소 띤 모습이 거기에 내재(內在)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간의 사정이 어려울수록 어려움을 불평하기보다 어려움의 근원을 볼 줄 알고 헤쳐갈 수 있는 지혜를 길러가야 합니다. 이러한 지혜를 기르게 하는(cultivate)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 내가 먼저 미소를 띠우자! 라고 하는 캠페인입니다.

내가 먼저 미소 띠우기가 잘 되시지 않는 분은 업장(業障)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니 그동안의 집착을 놓으시기 위해 시카고 불타사 무설전 미륵불 포대보살님을 단 한 번이라도 친견하시면 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친견하시면 업장이 녹아지고, 업장이 녹아지면 집착이 사라지고, 집착이 사라지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존재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어, 신비하지 않은 것이 없게 됩니다. 신비하게 느낄수록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미소가 나를 머금게 되는 것이지요.

 

대한불교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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