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사랑

2008.12.23 03:25

현성 Views:7762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을 분리하여 보지만 불교에서는 오온(五蘊)이라는 단어로 몸과 마음을 분리하고 있지 않다. 오온(五蘊)이란 다섯 가지 쌓임이 하나가 되어 있다는 뜻인데, 그 다섯 가지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다.

색(色)이란 물질적으로 본 몸인데, 이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구성되어 있다. 뼈는 흙 기운으로 되어 있고, 혈액 등은 물, 체온은 불(火), 호흡은 바람기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작용은 수상행식(受想行識)의 마음 작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수(受)는 사물을 대할 때의 느낌, 상(想)은 생각, 행(行)은 행동, 식(識)은 의식으로 몸과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다.


호흡(呼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의식(無意識)인데, 호흡할 때 거칠게 느껴지는 것은 흙기운을 의식하는 것이고, 촉촉한 것은 물 기운을, 따뜻하거나 차게 느껴지는 것은 불(火)기운을 의식하는 것이며,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느껴지는 것은 바람기운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가지 몸의 작용을 다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마음 가운데 느끼고(受), 생각(想)하며, 행동(行)하고, 이들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며 기억할 수 있게 하여 다음 작용을 할 수 있게 하는 마음 작용과 육체 내의 일체 조직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마음 작용인 식(識)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있기에 마음작용이 가능한 것이며, 마음에 수상행식(受想行識) 작용이 있기에 몸이 몸으로서의 작용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음보다 자기의 몸을 더 귀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 몸을 단정하게 하고자 하고 아름답게 보이고자하는 마음들은 모두 자기를 사랑스럽게 보이고자 하는 충동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를 사랑스럽게 보이고자 하는 충동은 사랑의 대상을 만나게 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생겼을 때 ‘나’라고 하는 자아(自我) 속에 애인(愛人)이 들어오게 되어 그의 몸과 마음이 나의 몸과 같이 느껴져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녀(子女)가 생기면 ‘나’라는 자아의식 속에 자녀들이 들어오게 되어 그들의 몸과 마음이 나의 몸과 같이 느껴져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이들을 부양할 책임감을 느낄 때 ‘나’의 자아(自我) 속에 나의 직장이 들어오게 되어 ‘나’의 몸의 세계는 나에서 나의 가정 그리고 직장으로 확대되게 된다. 이와 같이 확대되어진 나의 몸을 보살피기 위해 나는 전력을 다해 노력하지만 몸은 좋을 때와 나쁠 때를 반복하면서 무지(無知)한 가운데 점점 석양을 향해 가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이러한 현상을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몸은 의식에 의해 비롯되는 것이므로 마음은 몸을 움직이는 주인공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몸의 욕구를 쫓아다니는 일을 줄이고, 평소에 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그에 대응하는 생활을 습관화해 몸과 마음이 일치되게 하는 수행을 꾸준히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일치될 때 오온의 몸에서 오는 일체 번뇌와 괴로움이 사라지게 되고 지혜의 눈이 열리게 되어 깨달음의 몸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호흡을 관찰하고 있으면 마음 중에 무의식계의 마음은 의식계의 마음과 깊은 관계로 서로 통하면서 호흡을 가능하게 하고 있음을 느끼고 알 수 있으며, 내 몸의 상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물질로서의 이 몸은 모두 내 몸 밖에서 구하여와서, 내 몸 안의 오장육부를 생성하고 작용함으로서 이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음을 의식할 수 있게 된다. 이 몸 밖에서 온 물질은 바로 태양, 공기, 물, 땅, 삼라만상, 식물, 동물 그리고 사람들의 은혜에서 비롯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로서 내 몸과 밖의 세계가 둘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고, 내 몸밖에 세계는 태양광이나 공기가 교류하는 끝없는 세계이니, ‘나’의 세계도 끝없는 세계이고,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 끝없는 세계가 바로 나의 몸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 때, 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과 생각, 행동과 의식작용은 오온신(五蘊身)의 느낌의 한계를 초월하여 지혜로서 알게 되는 몸이 되는 것이다.

지혜로서 아는 것을 지각(智覺)이라 하는데, 내 스스로 내 몸의 움직임에서 오는 느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마음의 움직임을 앎으로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질서와 몸과 몸밖에 세계가 움직이는 질서와 법을 꿰뚫어 보고 아는 것을 지각이라 한다. 이와 같이 법을 지각하여 이에 순응하는 몸을 법성신(法性身)이라 한다.


오온(五蘊)의 몸은 일반적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사랑이 이루어지는 몸인데, 이 몸은 물질에 치우치는 습성(習性)으로 말미암아 변화하는 몸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괴로움에 싸이게 되고, 늙고 죽음을 극복하지 못해 두려움이 있는 몸이다.

법성신(法性身)은 몸은 변하고 죽어도 내 마음의 본래 성품은 변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이치를 깨달은 몸이므로 늙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어 몸과 마음이 하나같이 움직이고, 너와 내가 하나가 되며, 자연과도 하나가 되는 사랑을 함으로 일체 고액(苦厄)을 멀리 여의게 되어 항상 편안하다.

몸 안과 밖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항상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깨달음을 얻었음으로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 원만하고, 모자람도 남음도 없는 사랑으로 충만한 삶에서 어디에 가나 항상 즐거운 낙원을 이루는 몸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참마음이 바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성령임을 깨닫고 영원한 구원을 받아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로 가득한 즐거운 새해 기축년을 맞이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합장

2008.12.21.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118 돌아가시다 현성 2009.09.20 9127
117 선(禪)밖의 선(禪) 현성 2009.09.07 7062
116 지혜와 탐욕 현성 2009.08.16 7334
115 봉사(奉事)와 불교 현성 2009.08.01 6750
114 자유(自由)와 성장(成長) 현성 2009.07.14 6943
113 인간(人間)과 인생(人生) 현성 2009.07.06 7618
112 건강(健康) 현성 2009.06.21 6713
111 무한경쟁과 극한투쟁 현성 2009.06.02 6997
110 단(斷)과 불생(不生) 현성 2009.05.11 6785
109 차별(差別)과 무차별(無差別) 현성 2009.04.20 6986
108 사랑과 명상 현성 2009.03.29 7281
107 평화와 불교 현성 2009.03.09 7040
106 맑고 밝은 것이 있을까? 현성 2009.02.03 7359
105 바르게 배우자 현성 2009.01.04 7226
» 몸과 사랑 현성 2008.12.23 7762
103 안녕과 사랑 현성 2008.12.01 8385
102 예수 천국, 불신 지옥 현성 2008.11.16 8603
101 시어머니와 불교 현성 2008.10.21 8309
100 불교와 사랑 현성 2008.10.05 8395
99 보시와 부드러움 현성 2008.09.09 7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