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奉事)와 불교

2009.08.01 18:37

현성 Views:6750

한 사회에 훌륭한 봉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의 화합과 발전에 크나큰 힘이 될 수 있다. 사회의 화합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봉사란 어떠한 것일까 불교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봉사(奉事)란 일을 받들어 행한다는 표현인데, 그 뜻은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서원(誓願)을 가지고 몸소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봉사에 대한 믿음이 없거나 자기가 한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봉사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어떠한 생명(生命)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에는 불성(佛性)과 인과법(因果法)이 적용되는 법(法)인데, 그 법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고 자신이 그 법에 따라 살고자하는 서원이 있는 사람들만이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서원을 향한 봉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이 우주 만상의 생명의 근본은 불성(佛性)이고 그 현상은 인과율(因果律)에 의해 형성 된다는 것이 불교의 세계관이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서원이 있는 것이다.

일체 생명의 근본은 원융성(圓融性)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성품을 불성(佛性)이라고 한다. 일체를 좋고 나쁜 것으로부터 떠나 지혜로서 원만히 수용하고 베푸는 성품이다.

인간이 가진 생명의 근본에는 선(善)하고 악(惡)한 것, 모양과 색깔, 계급의 상하(上下) 등에 따른 차별이 없고, 나고 죽음의 차별도 없으며, 빈부(貧富)의 차별, 시간상 짧고 긴 것, 공간적으로 좁고 넓은 것, 부피나 무게 상으로 작고 큰 차별이 없다. 차별이 없으므로 원융하게 화합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는데, 이 법계(法界)자체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 공유(共有)하는 성품이다.

원융성이 모든 생명의 참된 성품이라 하여 진성(眞性)이라하고, 진성을 실현할 수 있는 성품을 불성(佛性)이라 하며 이 진성을 깨닫고 실현할 수 있는 지혜를 반야(般若)라고 한다.

인과율(因果律)은 현상계(現象界)를 설명하는 원리인데, ‘팥 심은데 팥 나고 콩 심은데 콩 난다’는 행동의 자연법칙이다.

또 ‘내가 밥을 먹으면 내 배가 부르지 아무리 가까운 애인이라 하더라도 애인의 배가 부를 수 없고, 아무리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해도 병(病)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대신 내가 아파드릴 수 없고 죽어드릴 수 있는 법이 아니라는 원칙이 인과율이다.

 

인과율은 내가 지은 원인의 결과를 내가 받는 율(律)이라 하여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도 한다. 내가 좋은 업을 지어면 좋은 결과가 나에게 오고, 나쁜 업을 지으면 나쁜 결과가 나에게 온다는 단순한 진리이다.

자업자득을 풀어보면 지금 내가 행하는 업의 결과를 내가 받고, 그 결과가 새로운 원인이 되어 새로운 결과를 받는다는 반복성(反復性) 원리가 나온다. 이 반복성 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습관성을 불교에서는 업(業)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몸과 마음 그리고 그 조건들은 모두 이전에서부터 내가 지은 업의 결과이다. 즉 현재의 나는 지난 세월동안 내 스스로 만든 업(業)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현재 존재하는 일체 만물의 모습은 각자가 스스로 지은 업의 결과로 이루어졌다는 설을 업성론(業成論)이라 한다.

내가 화를 잘 내는 것, 남을 미워하는 것, 원수를 갚고자 하는 것, 용서할 줄 모르는 것, 혈압이 높은 것, 자폐증(自閉症), 우울증 등 내 존재와 인연된 모든 것은 결국 내 스스로 행한 업이 지은 결과이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지은 어떠한 업도 새롭게 좋은 업을 지음으로서 개선(改善)되고, 개혁(改革)되며, 새롭게 창조(創造)될 수 있다는 말씀도 업성론이 자연의 이치이기에 가능하다.

우리들이 자신의 나쁜 성품을 고쳐 이웃과 화합하고자 하는 마음의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들의 본성에 원융성이 있기 때문에 화합을 원하고 또 불성(佛性)이 있기에 그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봉사활동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뜻에서 하는 것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감정이 상할 때가 자주 있게 된다. 이럴 때,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탓하면 상대와 관계가 험악해 질뿐만 아니라 자기의 성질도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감정이 상할 때 마다 자기의 감정을 잘 살펴보면 자기의 성격상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그 점을 제거하기 위해 참회기도를 하고나면 다시는 그런 일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니 그만큼 자기의 성격이 원융해 진 것이므로 봉사활동은 남을 이롭게 하기도 하지만 그를 통해 자기의 감정적인 결함을 찾아 제거함으로서 자기의 진성(眞性)에 보다 가깝게 가게 되는 지혜를 얻게 된다.

봉사활동이 남에게도 이롭고 자신의 지혜를 향상시키는 수행이 되는 역학관계가 있음으로 이러한 사실을 느끼고 믿는 사람들은 지속적인 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업성론(業成論)에서는 한 사람이 지은 업이 만 사람이 지은 업을 합한 것보다도 더 수승할 수도 있다는 이치가 있다. 이 말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힘보다 훨씬 위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업에는 개인이 짓는 업도 있고 단체가 짓는 업도 있는데, 개인이나 단체가 어떠한 업을 짓느냐에 따라 그가 가동할 수 있는 지혜의 힘이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업성론(業成論)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발전된다. 한 사람의 업(業)이 천하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고, 자유와 평화 그리고 안락(安樂)를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세계를 이루게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다. 오직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창조될 수 있다는 말씀이니, 한 사람의 “바른 봉사활동”은 자신의 평화와 천하를 안락(安樂)하게 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2009년 8월2일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현성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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