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어

2008.08.26 22:35

현성 Views:7111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어



하늘은 높고 맑으며 미시간호수 바람 시원한 이 아름다운 계절에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셨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후 우리들에게 전해주신 바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생노병사(生老病死)의 문제가 가장 으뜸가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생노병사(生老病死) 중에서도 병과 죽음에 대한 문제이고, 이 둘 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으뜸가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살다보면 병이 생기고 병이 생기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게 되고, 공포심은 병을 더욱 악화되게 하여 죽음의 공포는 심장부에 스며들게 된다. 노령화(老齡化) 시대가 되면서 죽음에 대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 보인다.


이에 대한 부처님의 깨달으심은 무엇일까?

부처님께서는 일체 생명 있는 것들은 ‘태어나는 것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요, 죽는 것이 죽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시고, 이 진리는 스스로 깨치고 체험해야 알 수 있지 들어서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간단하게 표현한 반야심경에서는 ‘불생불멸(不生不滅)-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이다. 그리고 또 관자재보살이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오온이 공한 것을 분명히 알게 되니,’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일체 괴로움과 액난을 소멸하였다.’ 고 했다. 일체 생명 있는 것들이 자기의 몸과 마음이 본래 공(空)한 것임을 깨닫게 되면 삶에서 괴로워할 것도 없고 죽음을 두려워할 것도 없는 이치를 깨닫게 되어, 살아있는 동안 항상 여여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다가 죽을 때, 때가 되었음을 알고 의연하게 죽음에 임하고 보면, 죽음이 곧 다음 생의 문턱임을 알게 되리라고 하셨다.


우리가 지극한 마음으로 참선이나 염불을 하다보면, 마치 잠들었을 때 내가 잠자고 있는 줄 모르고 자는 것과 같이 선정(禪定)에 든 줄 모르고 선정에 들어 있는 때가 있다. 이러한 선정에 들게 되면 시간 개념이 없어 죽음이란 본래 없는 것임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마치 잠자는 동안 내가 나인 줄 모르고 자고 있지만, 깨고 나서 보면 나는 나 그대로 있는 것이다. 마치 얼음이 ‘나’라고 녹지 않으려고 하지만, 녹고 보면 본래 자기는 물인 것을 깨닫게 되고, 물은 다시 연(緣)을 따라 얼음으로 화(化)할 수 있으니, 얼음이 되었다고 해도 얼음이 아니요, 얼음이 다시 녹았다고 해도 녹은 것이 아닌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다.


그 선정(禪定)에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면, 선정에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단계에 오를 수 있다. 이 단계에 가면 능생능멸(能生能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자리라고 하는데 나고 죽음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태어날 수 있고, 정하는 대로 죽을 수 있으니 화현(化現)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이 단계가 바로 부처님께서 화현하시어 저희들 앞에 나투시어 일체 생명 있는 중생은 누구나 무량한 광명이 있어 어두움이나 괴로움이 없고, 한량없는 수명(壽命)이라 죽음이 없는 생명임을 보여주셨다.


오늘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들의 생명이 시작이 없는 예로부터 있었고, 현재도 있으며 한없는 미래에도 있을 것임을 깨닫고 언제나 여여하게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스님

불기 2552.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