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

2008.08.26 22:40

현성 Views:6754

세대차이


요즈음 부모님들은 자녀들과의 세대차이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예비지식도 없고 준비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성장한 혹은 결혼한 자녀들과 한 집에서 혹은 따로 따로 살아가면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들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제도에 대한 개념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각도로 변해가고 있어서, 같은 세대 부부 간에도 심한 의견차이로 인해 대화가 어렵다는 불평을 자주 듣게 된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현상으로 변천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100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가 변하고 발전해 간다고 해도 수백, 수천 년간의 변화가 별로 심하지 않아 부모세대의 생활방식이 자녀세대에 그대로 상속되어 왔기 때문에 자녀세대는 부모세대의 노하우(know how)를 잘 배우고 익혀야 부모세대를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경우 6·25사변 전까지만 해도 세대차이라는 단어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왜정(일제시대) 때부터 시작해서 6·25 동란을 겪으면서 부모님들은 자녀들 교육에 전 인생을 걸고 전념하게 되었고 현재 미국에 살면서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교육열에, 나만 뒤질 수도 없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므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님들의 헌신적인 뒷받침으로 자녀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사회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훌륭한 이점들이 많지만, 그 반면에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세대차이로 변전(變轉)하게 된 것이다.

자녀는 옛날과 같이 부모로부터 생계유지에 필요한 가업을 인수받을 것도 아니고, 교육적인 면에서 부모로부터 배우고 의지할 것도 없으며, 구세대의 사고방식과 신세대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참고 견뎌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 결혼 전이나 결혼과 동시에 부모와 따로 살게 되는 것이 당연한 현상으로 변천(變遷)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와 의사 불통은 고사하고 단절되기까지 하는 극한 사항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부부사이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성들이 보편화 되면서 결혼관도 예전과 달라지고, 부부사이의 정(情)도 많이 달라졌다. 6·25전만 해도 옆집 총각이나 처녀가 만나기도 어려웠으니, 옆 동내 처녀 총각이 만나기는 더욱 어려웠었다.

그러나 남녀 간의 문제도 교육이라는 열차를 타고 만나기가 너무 쉬워져 그 가치를 서로 간에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다보니, 요구사항이나 조건이 점점 특이해지고 까다로워져 가고 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옛날에는 ‘당신 없인 못살아’였지만 지금은 ‘차라리 당신이 없으면 더 좋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이니까. 이는 다른 말로 바꾸면 세상 무서운 줄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 세상 무서운 줄을 알 때가 되면, 그들이 이제 자기들의 자녀를 키우는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면서 부모님의 은공에 조금이나마 감사한 마음이 생기겠지만, 그 때는 이미 부모들이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살아계신다고 해도 이미 노년기에서 죽음만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불교에서는 어떠한 치유법을 가지고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 법문을 불교 교리의 핵심 사상으로 삼으셨다. ‘모든 움직이는 것은 항상 같을 수 없는 것이니 그에 대한 대비를 부단히 하라’는 가르침이시다.

항상 같을 수 없다는 말씀은 변한다는 말씀인데 앞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100년 전 수천 년간의 변화는 극히 점진적이라 세대차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 세대에는 지난 20년의 변화가 그 전 수천 년의 변화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시대이고, 다음 세대 1년이면 지난 20년의 변화만큼 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와 같이 변화 속도가 빠른 것을 감안하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 그리고 부부사이의 관계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변하게 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또 은퇴연령이 빨라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사람은 많아지고 고령화 되는데 비해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일어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직업 수는 점점 적어지게 되는 경향이니까 40세가 은퇴 연령이 되는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새로운 교육을 받는 세대가 그 전 세대를 따라갈 수 있는 시간적 간격이 옛날과 같이 20년 30년이 아니라 5년 10년이면 가능하게 되어 그 전 세대는 구시대가 될 것이니 구세대가 퇴출되어야 신시대의 변화에 따라갈 수 있다는 논리가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 당면한 문제들을 인식할 때, 불교 사원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실현 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불교의 고유사상인 효(孝)와 자연사랑 사상을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바르게 심어줌으로서 그들로 하여금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바른 도덕관을 확립하게 하고, 불교에 이미 고유하게 심어져 있는 미술 음악 조각 등을 통해 스스로 자기의 자성(自性)을 찾아 그 자성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야 한다.

즉 스스로 자기의 감정을 순화(純化)시킬 수 있고, 정교(精巧)하고 아름답게 개발하여, 다시 말하면 내 밖에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나의 즐거운 마음을 나누어 줄 수 있을 지언즉, 나의 즐거운 감정을 위해 옆 사람들이나 물건에 의지하는 관습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자성에는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일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신의 자성(自性)을 향하게 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그들의 사춘기를 순조롭게 넘기게 하고, 만사(萬事)를 바라보는 성격과 습관을 곧게 세우게 하며, 사물을 바로 보고 생각하고 행하게 하며, 상상과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훈습(熏習)이 충만하게 될 때,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자성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인격을 유지하면서도 성숙한 자녀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누구를 대하든 겸손한 마음으로 공경하는 마음이 항상 그 자리에 있게 되고, 부부지간에도 그와 같이 되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며, 은퇴 후에도 훌륭한 그리고 창조적인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 바다.


대한불교 조계종 시카고 불타사 주지 현성

2008.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