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과 가섭

2008.08.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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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아난과 가섭


대혜(大慧) 종고(宗杲) 선사는 1089-1163년사이 75년간 당송대의 선사로 공안 참구법인 간화선의 시조이신데, 이 선사의 글을 모은 서장에서 선사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선(禪)의 유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난존자는 교학의 깊은 도리를 유통시켰고

가섭존자는 삼처전심(三處傳心)을 전하셨다.


阿難流通敎海  迦葉三處傳心

아난유통교해  가섭삼처전심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모든 경전은 아난존자가 “나는 이렇게 들었다.”라고 서두에서 말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그가 들은 대로 읊은 것을 경전(經典)으로 결집하여 유통한 인연으로 ‘아난존자는 교학의 바다처럼 깊은 도리를 유통시켰다’고 하여 아난유통교해(阿難流通敎海)라 한 것이고, 가섭존자의 삼처전심(三處傳心)은 세 곳에서 부처님께서 가섭존자에게 마음을 전한 것을 선(禪)의 유래로 삼는다고 하여 가섭(迦葉)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 했다.

가섭존자는 대가섭존자라하여 마하가섭존자라고 부른다. 그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가장 욕심없이 검소(儉素)한 생활을 하였다고 하여 두타제일의 제자라고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 결집할 필요성을 느껴 부처님의 500제자들을 모아 놓고 제1 결집을 완성하신 귀중한 업적을 남기셨다.

그리고 또 선종(禪宗)에서는 가섭존자의 삼처전심의 인연으로 초대조사로 추앙하여 달마대사가 28대가 된다고 했다.  


삼처전심 중 제일 처음 전심은 중인도 마가다국의 수도 왕사성 동북쪽에 위치한 영축산에서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던 중에 아무 말씀을 하시지 않고 다만 꽃 한송이를 들어 보이고 계셨다. 이 때 대중들은 무슨 영문인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멀리 서 있던 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빙그레 웃었다. 이를 본 부처님께서 가섭을 향해, “여래에게 형상 아닌 모습을 한 법이 있으니 이를 가섭 그대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하셨다. 이를 영산회상에서 가섭에게 한송이 꽃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두 번째는 부처님께서 중인도 서쪽 비야리성에 있는 다자탑에서 설법하실 때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설법이 있다는 전언을 받고 먼거리에서 와야 했기에 법회에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이때 수많은 대중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던 관계로 맨 뒤에 서서 부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가섭이 와 뒷자리에 서 있는 것을 아시고 가섭이 앞으로 오도록 신호하여 자신의 자리의 반을 내어 주시면서 함께 같이 앉게 하시고 법을 설하셨다. 이를 부처님께서 다자탑에서 가섭에게 자리를 나눠줘 앉게 함으로서 가섭존자가 부처님과 같은 위치에 있음을 알리는 참마음을 전하는 모습이었다고 알려지게 되었다.  


세 번째는 부처님께서 북인도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입멸하시어 입관하게 되었으나 상수제자인 가섭존자가 그 때 마침 먼 곳에 있은 지라 칠 일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관을 오른 쪽으로 세 바퀴 돌고 발쪽에 서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있을 때 부처님의 두발이 가섭존자를 향해 관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도 부처님의 법신(法身), 즉 죽어도 죽지않는 법신이 가섭존자에게 부처님의 법을 위촉하심을 전하였다고 하여 삼처전심 중 세 번째로 꼽는다.


첫 번째 꽃은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법의 묘한 진리를 꽃으로 전한 것이고, 자리를 나누어 앉은 것은 부처님의 법이 가섭존자와 평등하게 작용함을 전하신 것이며, 관 밖으로 발을 내보이신 것은 가섭존자에게 후사를 위촉함을 보이신 것인데, 이 모두 말로 전한 것이 아니라 선법(禪法)으로 전한 것이며, 교(敎) 외의 방법으로 전하였다고 하여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하기도 한다.

이로서 선(禪)에서는 말로서 배우려 하지 말고 깨달으려고 해라. 깨달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게송을 다시 읊어보면,

아난존자는 교학의 깊은 도리를 유통시켰고

가섭존자는 삼처전심(三處傳心)을 전하셨다.


우리는 배움으로서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배움이 없는 사람이라도 눈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에서 봄소식을 알 수 있고,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를 듣고 진리를 깨칠 수도 있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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