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불과(佛果)

2008.08.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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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믿음과 불과(佛果)


화엄회상에서 선재 동자가 일백 일십 성을 지나면서

오십삼 선지식을 역참하고 위없이 높은 부처님의 도를 이루신 것은

또한 하나의 믿을 ‘신(信)’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고 고봉 현묘화상(高峰, 1238~1295) 께서 선요에서 말씀하셨다.


華嚴會上  善財童子  歷一百一十城  參五十三善知識

화엄회상  선재동자  역일백일십성  참오십삼선지식

獲無上果  亦不出者一箇信字

획무상과  역불출자일개신자


- 선요, 고봉 현묘화상


화엄회상이란 화엄경을 설하신 곳인데, 그 곳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라는 젊은 청년이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아 발심하여 그의 가르침대로 일백일십 성(城)이라는 많은 성(城)이 있는 머나먼 길을 걸어 다니며 53분의 선지식을 역참(歷參 차례대로 참례)하여 그분들 각 선지식이 지닌 특이한 면들을 모두 배워 익혀 이분법(二分法)적인 사고방식을 떠나 다양한 선지식들에게서 다양한 법문을 이해함으로서 차별이 있는 것에서 차별이 없는 포괄적인 원융성(圓融性)을 체득하게 하고 보현보살의 원과 행을 수행의 근본으로 성취함으로서 무상(無上)의 부처님의 과(果)를 획득했다는 요지가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이다.


이와 같이 선재동자가 53분의 선지식을 차례대로 찾아가 그들의 가르침을 받고 익히는 수행이 가능했던 것은 오로지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믿었다는 믿을 신(信) 자 한자에 달려 있었다는 말씀이니, 믿지 않았으면 일백일십 성(城)이라는 머나먼 길을 떠나 53분이나 되는 선지식을 일일이 걸어서 찾아다니는 고역(苦役)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분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수행기가 화엄경 제39품인데, 이품에 그의 구법 여정과 53분의 선지식의 해탈법문이 기록되어 있다. 이 제39품이 화엄경의 제일 마지막 품으로 화엄경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으로 화엄경 전체의 뜻을 집약한 품이라고도 볼 수 있고, 또 화엄경의 39품 중 가장 오래된 품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당(唐)나라 시대(A.D. 685)에 지바가라(地婆訶羅)가 번역한 화엄경입법계품(華嚴經入法界品)을 비롯해 수 종류의 번역본이 있다.


선재동자가 선지식 천주광(天主光)이라는 왕녀(王女), 우바이 현승(賢勝), 견고(堅固) 해탈 장자, 묘월(妙月) 장자, 무승군(無勝軍) 장자, 덕생(德生) 동자, 유덕(有德) 동녀 등을 만나서 각각 법문을 듣고 점차 해탈의 법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입법계품에서 강조하는 것은 해탈문(解脫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번뇌를 없애야 하며 아무런 구속도 없이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바로 극락세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불도(佛道)를 닦아 수행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이 품의 요지이다.


불교에서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그 가르침을 믿고 수행해서 스스로 부처가 됨으로서 그 가르침이 옳은 가르침임을 증명하는 믿음이다. 우주 창조론을 믿으라, 믿으면 알게 된다는 식의 믿음과 확연히 다르다. 불교의 믿음은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해라, 열심히 하면 네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공부를 안 하면 진학 못한다.’ 라고 하는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여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실제로 진학하는 것과 같은 인과응보(因果應報)설을 믿는 것이다. 


대지 문수보살의 지혜는 대행 보현보살의 중생을 위하고 돕고자하는 원을 세우고 실천 수행하는 일에서 얻어지는 법임을 보이는 게송인데, 머나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니며 53선지식을 만나 뵙고 그들의 법문을 들은 것은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말씀을 믿고 그 가르침을 따라 실행하신 것인데 지혜의 다양성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믿음, 용기와 정진이 필수 조건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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