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의심

2008.08.26 22:59

현성 Views:8791

<43> 믿음과 의심


믿음이 십 분이면 의심도 십 분이고

의심이 십 분이면 깨달음도 십 분이다.


信有十分  疑得十分  疑得十分  悟得十分

신유십분  의득십분  의득십분  오득십분


- 선요, 고봉 원묘화상


우리나라의 간화선 지침서로서 강원에서부터 가르치고 있는 교과서 중의 하나가 이 고봉화상의 선요(禪要)다. 간화선이란 화두를 들고 의심하는 것이 공부의 요체이나 화두를 들고 의심하는 주인공은 반드시 이 화두를 타파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이 있어야 화두를 잡고 앉아 몇날 며칠이고 그 화두를 의심하는 용맹정진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하기에 화두를 의심하는 깊이는 믿음의 깊이와 같으며, 믿음이 큰 만큼 의심도 크게 된다고 하여 신유십분(信有十分), 의득십분(疑得十分)이라 하였다. 의심은 믿음에 비례하는 법이니 반드시 의심을 타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가질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의심과 깨달음의 관계도 의심의 크기만큼 깨달음의 크기도 결정되는 것이니 온 마음을 다 기울이는 의심을 가지면 깨달음도 온 마음을 채우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러하기에 의득십분(疑得十分)이면 오득십분(悟得十分)이라 했다.

의심 즉 화두는 누구에게서 받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자연스럽게 일어난 의심이 활구참선, 즉 살아 있는 참선이 될 수 있다.

앞에서 백정의 믿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 백정은 어떠한 인연으로 자기는 소를 잡는 사람이 되었고,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소는 어떠한 인연으로 자기에게 잡혀 죽게 되었는가를 의심하는 것은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의심이였다. 그는 의심도 깊이하면서도 기도도 하고 이웃을 돕는 봉사도 함께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어떻게 소를 잡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었고 그 직업에서 떠날 수 없는 인연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이 화두는 그에게는 살아있는 화두였고, 결국 그는 이 화두를 타파하여 그가 알고자 하였던 답을 얻게 된 것이다. 이 의심도 부처님과 사리불의 말씀을 백분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 의심에 해당하는 답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나율타 역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자기는 왜 소라나 조개같이 잠만 자기를 좋아하는가 하고 의심을 가지고 그 잠을 파하려고 용맹정진 했던 것이다. 그 의심이 얼마나 대단하였던지 7일간이나 잠 못 이루며 잠자기를 좋아했던 인연을 찾아 타파하고자 오로지 일념으로 정진했기에 천안통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들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인연들이 있다. 그 인연들 중에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인연을 선택하여 화두로 삼고 그 인연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의심을 굳게 가지고 그 의심을 일념으로 밀고 나가면 반드시 그 의심을 파하게 되어 지혜의 문을 열 수 있게 되는 때가 올 것이다. 예를 들면 자기의 남편, 부인, 딸, 혹은 아들과 맺어진 인연이 혹독하면 혹독할수록 자기와 맺어지게 된 인연에 대한 의심이 클 수 있으며, 의심이 클수록 반드시 그 원인을 크게 깨닫게 되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는 지혜의 문이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웃과의 관계가 아니라도 자기 자신에게 악습(惡習)이 있으면 그 나쁜 습관이 어떠한 인연으로 나에게 생기게 되었나를 의심하는 화두를 잡고 용맹스럽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악습인 경우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겸하는 것이 악습의 원인을 깨달아 화두를 파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연기를 관하시고 그의 의심을 파하셨다.

부귀영화를 하는 사람은 어떠한 인연으로 부귀영화하는 집안에 태어나 부귀영화를 즐기며, 천민들은 어떠한 인연으로 천민가에 태어나 천민으로서 상류계급 사람들을 시봉하는 고통에서 살아야하는가? 하는 원인을 찾고자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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