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똥 막대기

2008.08.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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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마른 똥 막대기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마른 똥 막대기니라.”


僧問雲門  如何是佛  門云乾屎궐

승문운문  여하시불  문운간시궐


- 운문 문언 선사


어떤 스님이 “무엇이 부처입니까?”라고 운문(雲門)스님에게 물으니 운문스님이 대답하시기를, “마른 똥 막대기니라.”라고 대답하셨다.

“마른 똥 막대기”가 어떻게 부처가 될까?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이 말씀하신대로 “마른 똥 막대기”가 부처라고 믿었다면 그 스님은 그 ‘마른 똥 막대기’에게 공경 예배하였을 것이다. 즉 그 스님에게는 “마른 똥 막대기”가 부처가 되어 ‘마른 똥 막대기’와 부처를 따로 분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른 똥 막대기’를 부처로 섬겨도 아무런 걸림이 없는 사람은 다른 모든 만상(萬象)을 부처로 섬기는 일에도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이니, 보고 듣고 맛보는 모든 것이 부처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의 마음이 곧 부처인 것이다. 즉 ‘마른 똥 막대기’가 부처가 아니라, ‘마른 똥 막대기’ 를 부처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의 마음이 부처인 것이다. 

반대로 그 스님이 ‘마른 똥 막대기’가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운문스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다른 부처를 찾기로 했다면 그는 끝내 부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스님의 생각으로는 ‘마른 똥 막대기’와 부처를 분별하고 있으니, 그 분별심에 딱 맞는 부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부처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분별하는 업(業)을 우선 소멸해야한다. 그 분별하는 업을 소멸하려면, 그가 생각하는 어떤 것이 부처라는 개념이 소멸되어야 하고, 그 개념이 소멸되기 위해서는 부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하고, 아름다운 것과 미운 것의 차이점, 혹은 선(善)과 악(惡)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한 가지를 알면 백 가지를 다 알 수 있게 된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아름다운 것과 미운 것, 선한 것과 악한 것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으로 있는 한 상대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고, 또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는 사람마다 그 개념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선(善)과 악(惡)은 한 마음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같은 사람이 선한 일도 할 수 있고 악한 일도 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대립되는 상대적인 개념이 원래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면,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립적인 관계에서 보지 않고 각양각색으로 서로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있어 원융하게 볼 수도 있고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체를 하나로 볼 수 있는 아량이 우러날 때 그는 다시 ‘똥 막대기’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그의 마음이 곧 부처이지만 분별하는 마음에는 부처가 나타나지 못하고 그 분별심에 가리어 숨어있게 된다.

모든 일에서 ‘똥 막대기’는 부처가 될 수 없다고 하여 부처가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분법(二分法)적인 개념을 가지고 사물을 보게 된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좁은 소견으로 매사를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에 많은 오류를 범하여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구속하는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은 나보다 나을 수 있고, 공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원만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니 지금 그대로 부처일 수도 있고 멀지 않아 부처가 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마른 똥 막대기니라.”


무엇이 부처입니까?

너의 어머님이 부처이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당신의 아내가 부처이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당신의 딸이 부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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