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言行)

2008.11.07 11:05

현성 Views:8771

비록 세 살 먹은 아이라도 도(道)는 얻을 수 있지만

팔십된 노인이라도 행하기는 어렵다.


三歲孩兒雖道得  八十老翁行不得

삼세해아수도득  팔십노옹행부득


- 도림 선사


도림(道林)선사가 항주 진망산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였다. 언제나 소나무 위에 올라가서 새집같이 만들어 놓고 살았다 하여 조과(鳥?) 선사라고 하였다.

당시 대시인인 백거이가 항주 자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선불교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항주에 고승이 있다는 말을 듣고 도림선사를 방문하였다. 자사가,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라고 묻자, 도림선사는 “나쁜 일 하지 않고 좋은 일 하는 것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라고 말씀하셨다.

백거이는 자기에게 무슨 심오한 불법의 도리를 말해줄 줄 알았는데 너무도 평범한 말씀에 실망을 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도림 선사가 말씀하신 것이 이것이다. “세 살 먹은 아이도 비록 도를 얻을 수는 있지만, 팔십된 노인도 행하기는 어렵다.” 이 말에 백거이는 크게 깨닫고, 스스로 당대에 제일가는 문장가에 높은 지위에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하심하기 시작하여 지식을 쌓는 일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열중하게 되었다.


“나쁜 일 하지 않고 좋은 일 하는 것이 불교라는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가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불교이다. “나쁜 일 하지 않고 좋은 일을 하라.”는 가르침은 모든 종교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불교의 윤리 도덕관이 되었고, 이 윤리 도덕의 실천은 인과응보의 법칙에 의해 복(福)을 받는 과보를 받게 되고 죄업이 소멸됨에 따라 마음이 청정해져서 지혜의 싹을 티우게 된다. 이렇게 모아지는 지혜가 만성(滿成)하게 되면 여의주(如意珠)가 되어 이루지 못할 것이 없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 불자님들이 불교를 믿는 것은 나쁜 일 하지 않고, 좋은 일을 하기 위함인데, 나쁜 일이란 살생하는 것, 도둑질하는 것, 혼외 정사, 거짓말, 술이나 약물에 취하는 것 등이고, 좋은 일이란 생명을 살리는 일, 남을 돕는 일, 부부지간의 사랑, 바른 말, 그리고 술이나 마약에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고 남에게 이로운 일을 하면 어떤 종교에서는 천국에 간다고 하지만 우리 불교에서는 좋은 일을 할 때의 마음가짐에 따라 인과응보의 법칙에 의해 금생이나 내생에 천상에 태어나 좋은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했다. 이와 같이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기에 이러한 마음을 많이 쓰면 쓸수록 마음이 깨끗해지고 순수해져서 인간 본연의 마음의 자세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본연의 청정한 마음은 무엇이나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지혜가 샘솟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쓰면 쓸수록 지혜의 보고(寶庫)는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고 했다.

나이가 많아져 육신은 늙어 죽어가도 그 지혜는 마를 줄을 모른다는 것이고 또 그 지혜는 내세까지도 이어지게 된다는 가르침이니 천하에 가장 귀중한 교훈이다.


도림선사의 이 말씀을 듣고 항주 자사 백거이는 크게 깨달은 바 있어 당대에 유명한 문장가이고 시인이라는 자만심을 꺾고 하심하게 되어 백거이는 더욱 훌륭한 자사로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또 당대의 문장가로서 더욱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예로 길이 전해오고 있다.     

이 시에서 말씀하고자 하는 바는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 세상에는 아는 것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지식을 쌓는 일로 많은 세월을 보낸다. 우리 불교에서는 아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알려고 하는 것보다 아는 대로 실행하라고 가르친다. 실행이 아는 것을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병이 되고, 실행이 아는 것을 따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되어 나와 이웃에게 이로운 일을 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우리나라에는 ‘세 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다시 도림스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비록 세 살 먹은 아이라도 도(道)를 얻을 수는 있지만

팔십된 노인이라도 행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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