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춘(尋春) : 봄을 찾아다니다

2007.09.19 12:32

현성 Views:9936

하루가 다하도록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찾지 못하고

짚신이 다 닳도록 머리 위의 구름 따라 헤맸네.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십분(十分) 와 있더라.




중국 송(宋)나라 때 어느 비구니 스님의 오도송(悟道頌)입니다.




원문은 : 진일심춘불견(盡日尋春不見) 망혜편답두운(芒鞋遍踏頭雲)

         귀래우과매화하(歸來偶過梅花下) 춘재지두이십분(春在枝頭已十分)




제가 오래 전에 화계사 불교대학에서 불교를 가르치고 있을 때, 그 반에서 공부하던 여자 신도, 보살님 한분이 찾아 와서 나에게 물었습니다.

자기 집 일이 왜 그렇게도 잘 풀리지 않는지?

아이들은 커 가는데 돈은 안 벌리고, 남들은 다 돈 잘 벌어서 잘 사는데 왜 우리 집만 이 모양 이 타령인지 모르겠다고, 언제쯤에야 자기 집 형편이 풀릴 수 있을지 좀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줬더니 다행히 그 보살이 말을 잘 알아듣는 듯 했습니다.

집에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봉사를 좀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마침 그런 것이라도 할 수 있는 데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는 그를 장애자 목욕시키는 봉사를 하도록 주선하여 주었습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오전 혹은 오후에 한 나절 봉사를 하면서 그 봉사에 재미를 붙여 상가 집에 가서 봉사하기도 하고, 장애자를 돕는 봉사도 하고, 병자 간호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거기에서 많은 인생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 후, 그가 나에게 와서 하는 말이, “나보다 잘 사는 친구는 그 친구의 세계가 있고, 나는 나의 세계가 있으며,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그 사람 나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따로 따로 존재하는 줄 모르고 그것을 따라가려고 했던 지난 시절, 남편 돈 못 벌어 온다고 투정만 하였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 오潔駭彭「?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남편이 돈은 못 벌지만 건강하고 마음씨 착하고, 내 아들 딸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고 말썽부리지 않고, 건강하고, 나 또한 아픈데 없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앞으로도 이대로만 나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보살은 행복을 찾아 헤매다가 찾지 못해 실망에 실망을 하였으나, 결국 자기 집에 행복이 이미 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돈 못 번다고 실망하여 이 고통을 어떻게 면할 수 있나하고 자나 깨나 걱정해 왔지만 그 남편을 만났을 때 행복이 이미 그 속에 있었음을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능력부족을 한탄하기도 하고, 뜻밖에 일이 꼬여 겉잡을 수 없는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해법(解法)을 밖에서 찾으려하니 해법은 나오지 않고 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답은 이미 내안에 있으니 내 안에서 찾으라는 오도송, 즉 도(道)를 깨달은 분이 지은 게송입니다. 모든 어려움은 자기가 원하는 희망사항과 그것을 밑받침하는 마음이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이기에 자기 마음을 잘 살펴 잘못된 마음을 고쳐서 이 두 가지가 잘 합치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행복과 불행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내 마음을 다스릴 줄 알라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