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견불생분(知見不生分) 第三十一

(자기 소견을 내지 않음)

須菩提 若人 言 佛說我見人見 衆生見壽者見 須菩提 於意云何 是人 解我所說義不 不也 世尊 是人 不解如來所說義 何以故 世尊 說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 卽非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 是名我見人見 衆生見壽者見 須菩提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 於一切法 應如是知 如是見 如是信解 不生法相 須菩提 所言法相者 如來說 卽非法相 是名法相

“수보리야,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이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을 말하였다’고 한다면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은 여래가 말한 뜻을 이해한다 하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은 곧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 아니라 그 이름이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이는 일체법에 대하여 응당 이와 같이 알며 이와 같이 보며, 이와 같이 믿고 이해하여서 법상(法相)을 내지 말지니라. 수보리야, 법상이라고 하는 것은 곧 법상이 아니라 그 이름이 법상이라고 여래가 설하였다.”

제 30품에서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미진을 만들었다면 미진은 곧 미진이 아니고 그 이름이 미진이라 하고, 미진이 합해져 하나가 된 것이 현상세계이고 삼천대천세계인데 삼천대천세계도 즉비 삼천대천세계이고 시명(是名) 삼천대천세계라고 하였다.

이 부처님의 말씀에 대하여, 수보리는 ‘참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이 의문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지견불생분 제31을 설하신다.

제31품에서, 須菩提 若人 言 佛說我見人見 衆生見壽者見 須菩提 於意云何 是人 解我所說義不 不也 世尊 是人 不解如來所說義 何以故 世尊 說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 卽非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 是名我見人見 衆生見壽者見

부처님께서는 사람은 누구나 아견(我見), ‘나’는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내’가 있으니까 ‘나’와 ‘너’를 분별하는 견해가 생기며, 이익이 상반될 때는 서로 경쟁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심하면 죽이기까지 하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내’가 있으니까 ‘중생’이 있고, 중생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중생심이 일어나고 이에 탐착할 때, 수많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또 ‘나’가 있으니까 ‘내’가 성취한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거나 더 높게 올라가려고 지위에 집착하는 견해가 일어난다. 이러한 아견(我見)은 모두 ‘나’ 자신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남을 그리고 모든 중생을 고통으로 몰고 가는 원인이 된다. 일체 중생의 고통의 원인이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라고 하셨는데, 범부들이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하셨다.

어떠한 이유로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 모든 중생의 고통의 원인이 되느냐 하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별들은 별들마다에서 일어는 중력(重力)과 그들의 움직임에서 일어나는 자력(磁力)과 소리의 파장(波長)이 균형을 이루어 그들의 위치와 움직이는 궤도가 결정되고 유지된다. 이 지구라는 별도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별들과 이와 같은 관계에서 그 위치와 움직이는 궤도가 결정되었으며 유지되고 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일체 유정(有情), 무정(無情)들도 이와 같은 삼천대천세계 운행의 힘과 법칙에 영향을 받으며 존재가 형성되고 유지된다.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중생 각자도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인연에 의해 연기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깊은 인연관계임을 참구해 볼 때, 삼천대천세계 전체가 거대한 하나임을 직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생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은 ‘나’라는 몸 태두리 안에 있는 것만 ‘나’라고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우주 법칙에 역행하는 것이며, 중생의 미혹(迷惑)이고 어리석음이다. 이 네 가지 중생의 어리석은 견해는 자신을 비롯하여 인연된 모든 중생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다. 따라서 중생이 알고 있는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은 우주법칙에 의하면 즉비(卽非)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다. 그러나 중생에게는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 있음으로 이름하여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라 한다.

그리고, 나의 몸에서부터 ‘나’를 찾아보자. 아견(我見)은 이 몸 안에 ‘나’가 있다고 보는 견해이고, 아상(我相)은 ‘나’는 잘났다는 생각이다.

내 몸, 어디에 ‘나’가 있는가? ‘나’가 내 발에 있는가, 팔에 있는가, 몸통에 있는가, 머리에 있는가? 어디에서도 ‘나’를 찾아 낼 수 없다. ‘내’가 잘났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역시 어디에도 그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나’는 내 몸을 ‘나’라고 알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어디에서도 ‘나’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내 몸은 하늘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1초, 2초, 3초, 4초, 5초 사이에 한 번 들이 쉬고 내 쉰다. 숨을 들이 쉬지 않거나 몸에서 나가야 할 날숨을 내쉬지 않으면 1분, 2분, 3분, 4분 안에 이 몸은 시신으로 변할 수 있다. 숨은 내 몸과 대기(大氣)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가를 알게 한다. 따라서 대기와 내 몸은 둘이 아님을 명백히 알 수 있다. 그러면 ‘나’의 실재 몸은 대기의 끝까지 확장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내 몸에는 물이 70% 있다고 한다. 물은 땅에서 증발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에서 비가 되어 땅에 온 것을 내가 마시기도 하고 물로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내 몸 밖에 있는 물이 내 몸 안으로 공급되지 않고, 내 몸 안의 물이 밖으로 배설되지 않으면 이 몸의 수명은 한 달, 두달 안으로 단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 몸 안과 밖의 물은 둘이 아니다. 그러면 내 몸 밖의 물이 존재하는 넓이를 이 법계의 어디까지로 봐야 할 것인가? 물이 존재하는 곳 끝까지 실재로 내 몸은 확장되어져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곡식 육식을 먹고 산다. 이들도 태양 빛 열 물 공기 땅의 기운을 받아 자라 우리의 식량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먹어야 산다. 우리의 식량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땅과 자연과도 둘이 아님을 알게 한다. 여기에서도 어디까지 나를 확장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태양의 빛과 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적인 영향을 받고, 지구가 자전함에서 밤낮이 있고 길고 짧음이 정해지며,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함에서 바닷물의 썰물과 날물이 이루어지고, 동물의 생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우주의 섭리를 감안할 때, ‘나’라는 몸의 영역을 육체적인 몸의 영역에서 우주 법계와 하나로서의 몸으로 확대함이 법계의 진리에 순응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주 법계와 하나로서의 ‘나 [대아(大我)]’를 볼 때, 육체적인 이 몸 안에 우주법계의 모든 것이 그대로 다 들어 있고, 이 몸은 또한 우주법계의 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주법계는 그대로 우주법계의 본체이고 진여불성이며, 청정 법신 비로자나불이다. 이 몸은 우주법계의 한 부분이므로 이 몸 안에 우주 본체인 진여불성이 그대로 다 있다. 그리고 ‘나’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세계는 ‘나’의 본체인 진여불성에서 나의 업에 따라 화현(化現)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모든 현상세계는 생멸이 있고,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 있음으로 깊은 고통이 있다. 이 법계의 대아(大我)가 된 나는 모든 중생의 고통을 바로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여 사랑과 자비로 이들을 수습하여 현상세계에서도 고통 없는 불국정토(淨土)를 이루고자하는 대원(大願)을 발한다. 

인간의 실유성(實有性)은 어디에 있는가?

須菩提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 於一切法 應如是知 如是見 如是信解 不生法相

무상(無上) 정등(正等) 정각(正覺)을 이루고자 발심한 보살은 일체법을 대함에 응당 이와 같이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법을 알고 이와 같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법도 보며, 이와 같이 믿고 이해함으로써 법상(法相)을 일으키지 않을 지이다.

“법상(法相)”이란 오온(五蘊),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12처,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 18계에서 일어나는 일체 법의 모습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나의 외부의 대상과 접촉함에서 일어나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과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모두를 합한 것이 법상이다.

“여시(如是), 이와 같이”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발심한 보살은 이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만법(萬法)은 서로 연기함으로써 존재하는 한 덩어리임을 알라. 이것이 진리이다. 그러므로 너와 나는 긴밀하게 의존하며 연기하는 하나이다. 연기하는 존재이니 너와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알고 보라. ‘이와 같이’ 믿고 이해하면 법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너와 내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아견(我見) 인견(人見) 중생견 수자견의 법상을 일으키게 된다.

須菩提 所言法相者 如來說 卽非法相 是名法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발심한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증득해야 한다. 반야바라밀을 증득하기 위해서는 전생에서부터 누적되어온 업(業)에 의한 성품(性品), ‘나’는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는 미혹(迷惑)한 생각으로 지은 모든 업을 소멸해야 한다. 육바라밀,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을 닦아 미혹한 업을 소멸하면 너와 나를 갈라놓는 분별심이 사라지고, 좋고 나쁘다,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분별심도 번뇌도 모두 사라지고, 청정(淸淨)하여 고요함을 얻어 선정(禪定)바라밀에 들게 된다. 그리고 선정바라밀의 힘으로 반야바라밀에 들게 된다.

반야바라밀에서, 범부가 말하는 일체법상은 여래가 말하는 즉비(卽非)일체법상임을 보게 된다. 즉 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체 생각과 감정에 의한 법상이 끊어지고, 우리 본래의 몸, 본체(本體)로 돌아간다. 이 본체는 청정 법신 비로자나불로 이 법계 어디에나 충만한 진여(眞如) 불성(佛性)이다.

불성(佛性)은 무한한 힘과 사랑 자비로 충만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생멸하는 이 몸의 근본은 불생불멸(不生不滅)하는 진여 불성임을 깨닫게 된다. 이 때,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 한없는 지혜로 현상계의 고통을 수습(收拾)하는 반야바라밀을 행하게 된다.

반야바라밀을 증득하면 오온(五蘊)이 즉비(卽非)오온이 되어, 의식이 지배하는 이 해안에서 모든 의식이 공(空)해져 우리의 본체(本體)를 만난다. 그 본체는 불생불멸한 진여 불성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저 해안이다.

범부는 의식으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의 법상을 말하나 여래께서는 의식이 완전히 끊어진 경지를 말씀하시니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으며, 중생상 수자상도 없는 법상, 법상이 법상 아님을 설하시니 이름하여 법상이라 한다.

법신 진여불성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담백(淡白)하여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는 없지만 아니 계신 곳이 없으니 어디에나 상주(常住)하는 실유(實有)이다. 너와 나를 하나로 보는 본체이며 법신이다. 법신에서 화현(化現)하는 현상은 생멸이 있고, 생멸이 있는 중생에게는 고통이 따른다. 진여불성을 체험한 보살은 이들의 고통을 남의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의 한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통으로 받아 들여,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 그리고 한없는 방편지혜로 이들의 고통을 수습하는 관세음보살이 된다.

예를 들면, 마치 얼음이 ‘나’라고 착각하고 있는 얼음이 날씨가 따뜻해 녹게 되니 무척 고통스럽고 죽을까 두려움에 빠져있다. 이 때 물은 얼음의 본체(本體)이고 실유(實有)인 법신 진여불성이다. 물은 얼음이 생겼다 멸해도 물은 불생불멸임을 안다. 물은 물이 주변 조건의 추위에 연하여 얼음이 생겼고 그 조건 변화에 따라 얼음이 녹아 물로 되돌아 올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진리를 모르는 얼음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은 얼음은 물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으로 무조건 사랑, 자비, 지혜로 얼음의 고통을 수습하여 다 함께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관세음보살이다.

삼보리는 정각(正覺)이다. 바르게 깨닫는다는 말은 몰랐던 것을 바르게 아는 지혜이다.

이품에서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미진(微塵)을 만든다는 말씀도 지혜로운 말씀이고, 미진을 합하면 삼천대천세계를 비롯하여 수많은 종류의 일합상(一合相)을 만들 수 있다는 말씀도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지혜에서 나온 말이다. 삼천대천세계 즉비삼천대천세계 시명삼천대천세계, 미진 즉비미진 시명미진, 법상 즉비법상 시명법상도 모두 깨달으신 부처님의 지혜에서 나온 말씀이다.

이 말씀을 음미하면서, 지혜 반야바라밀은 분별을 일으키는 의식을 끊고, 분별이 없는 무분별지라는 말씀을 다시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면, 내 몸을 ‘나’라고 알고 생각하는 것에서 아견(我見)이 생기고 아상(我相)이 일어난다. 그러나 나를 보는 관점을 삼천대천세계만큼 키우면, ‘나’가 삼천대천세계만큼 커지며, 미진만큼 작게 가지면 작아진다. 이 찰나에 일어난 일만 생각하면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한 일일 수 있지만, 생각을 이 순간에서 바꾸어 10년 20년 긴 시간을 놓고 바라보면 인생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모두 인연 과보에 의한 인과법임을 깨닫게 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긴 시간과 넓은 공간으로 시야(視野)를 바꾸어 보면, 좋고 나쁘다는 감정을 내려놓고, 오는 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사심 없이 돕고자하는 마음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상대를 분별하는 마음 없이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일어난다. 이를 지혜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