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바른 직업관

2007.08.30 10:59

현성 Views:7926

현자보살님!

오래된 일인데 지금까지 기억하고 계시니 대단하십니다.
젊은 도반들에게 중요한 제목이라 재정리해 봤습니다.

항상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 하나 하나 비우는 것이 바른 것을 채우는 방법입니다.

현성 합장

바른 직업관

우리 불교에 여덟 가지 바른 길, 팔정도(八正道)라는 수행법을 부처님께서 설하셨다. 팔정도란 바르게 보는 법, 바르게 생각하는 법, 바르게 말하는 법, 바르게 행동하는 법, 바르게 명(命)을 다스리는 법, 바르게 부지런한 법, 바르게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법, 바르게 선정에 드는 법이다.

이 중에서 바르게 명(命)을 다스리는 법을 정명(正命)이라고 하는데, 이는 곧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행해야 하는 바른 법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바른 직업관이다. 이러한 연고로, 정명(正命)을 바른 직업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바른 직업이란 남의 목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총포 거래업이나 도살(屠殺)업에 종사하거나, 다른 이들의 안녕과 평화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술, 마약, 도박업 등을 직업으로 삼는 일을 피하도록 하라는 법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남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직업, 남을 편안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직업, 심적이나 영적인 고뇌에서 벗어나 삶의 바른 길을 찾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직업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정명(正命)이고 바른 직업이라고 설한다. 그러나 정명(正命) 혹은 바른 직업은 이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의미로 해석함이 옳다.

불교는 윤회설과 인과응보설을 믿는 종교이다. 인과응보란 금년에 내가 잘살고 못사는 것은 작년이나 그 전에 내가 잘하고 못한 일의 결과이고, 내년이나 내후년에 잘살고 못사는 것은 금년에 내가 잘하고 못하는 일에 대한 과보이다. 그리고 내가 금생에 하는 일이 잘되고 못되는 것은 전생에 내가 한 일에 대한 과보이고, 금생의 일을 잘하고 못한 결과가 내생에 내가 받을 과보라고 하는 부처님의 말씀이 불교의 윤회설이요 인과응보설이다. 그리고 이 설이 우리들의 삶에 행불행(幸不幸)을 좌우하는 원인이고 결과이기에, 하나님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응하는 사람에게는 상(償)을 주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벌(罰)을 준다는 타종교와는 차별되는 믿음이다.    

이 윤회설과 인과응보설을 뒷받침하는 말씀도 하셨다. 우리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또 남이 나에게 한 행위들은 모두 우리들의 의식에 저장되어, 다음에 어떤 사람이나 일과 접촉이 되었을 때 의식에 저장된 정보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바탕이 되고, 이들의 행위는 다시 의식에 저장된다. 이와 같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의 행위에 패턴이 생기는데, 이 패턴을 우리는 그 사람의 성품, 성질, 업(業) 등으로 표현한다. 성질은 그 사람의 생김새와 분위기에 나타나고, 골격, 정신적 육체적 건강으로도 나타난다. 성질, 생김새, 골격, 건강, 행불행에 근본이 되는 정보를 저장한 의식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뢰야식, 제8식이라 한다. 세간에서 말하는 영혼, 혼, 넋, 성령, soul, spirit 등으로 표현되는 것을 불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제8식이 전생에서 이 생을 있게 한 근본이 되는 의식이기에, 이 생을 마치고 다음 생에 갈 때도, 최후에 이 제8식이 몸을 떠나 다음 생에 몸을 받을 부모를 찾아간다. 이 때도 이미 저장된 정보가 부모를 선택하는 일을 하고, 부모를 선택하여 몸을 받게 되면 이 식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육체가 발육되고, 몸과 마음이 전생의 성질에 따라 나타나기 시작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전생에서 금생, 금생에서 내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윤회설이고, 각자의 행위에 의해 성립된 성질(업)에 따라 좋은 일 궂은 일이 일어난다는 법칙이 인과응보설다.

윤회설과 인과응보설을 감안해볼 때, 우리들의 인생에서 바른 직업관을 갖는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직업에서나 바른 직업관을 가지고 바르게 행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바르게 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해(害)가 될 수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직업에 귀천(貴賤)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은 전생에서 닦은 특정한 부분에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나이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여 성인이 된 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선정 및 종사에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이 순조로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살아가기 위해 불만을 하면서 종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직업의식을 갖지 못하고 이 생을 살다가 내생으로 가게 되면, 잘 된다 해도 금생과 같은 어렵고 재미없는 삶을 내생에도 면할 수 없을까 두려워 이 글을 쓴다.

음악, 미술, 운동, 정치, 경제, 사업, 종교 등 수많은 부분에서 세계적인 인물들은 모두가 전생에서 타고난 소질, 즉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수많은 전생에서 도를 닦아 그 공덕이 쌓여 성불하셨다고 하셨다. 이러한 역사적인 인물들의 제8식, 아뢰야식에는 당연히 각자의 전공부분에서 일어난 행위들이 밀집해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음악을 한 사람이면 수없이 많은 음악정보가 제8식에 이미 저장되어 있을 것이니 다음 생에 이 정보가 바탕이 되어 음악에 소질 혹은 재능을 가지고 나타나게 된다는 인과응보설이다.

그렇다면, 금생에 특정한 소질을 갖지 못하고 태어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바른 직업관을 세워야 한다. 바른 직업관을 세우기 위해서는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고 불교에서는 권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어떤 세탁업에 종사하는 분이 자기 직업을 통해서 손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잘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팔정도에 의하면 사업주이든 종업원이든 끊임없이 서비스와 시설을 개선해서 손님들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편을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즉 자기 직업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고객에게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은 복(福)을 짓는 행위로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른 직업관을 갖고, 부지런히 그 때 그 때 일을 바르게 처리하고, 그 날 일어난 일들을 바르게 분석하고 반성하고 잘못을 참회하고 개선책을 세우기 위해 정념(正念)으로 마음을 집중하고, 더 좋은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마음을 일념으로 비워 정정(正定)에 들게 한다. 비워진 마음으로 사업 현상을 관찰하여 현재의 위치를 혁신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이를 현실에 적용시켜 가면서 손님들에게 과연 이익이 되고 있는지를 바르게 관찰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직업관을 바로 세우고 그 직업을 통해 바른 생각, 말, 행동, 직업관, 부지런함, 창조력을 개발하는 정념과 정정이 제8식, 아뢰야식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다음 생을 결정하고 지배할 소질이 형성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혹 다음 생에도 똑같은 세탁업을 하면 어떻게 할까하는 염려는 할 것 없다. 세탁업을 통해서 비즈니스 하는 업을 쌓은 것이기 때문에 사업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예로, 금생에 야구를 직업으로 삼았다고 해도 야구를 통해서 운동하는 업을 많이 쌓았기에 다음 생에 운동에 소질이 있어 여러 가지 운동 중에 그가 원하는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팔정도를 해석하고 실천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하나하나를 따로 따로 해석하고 실천하게 하기도 하고, 선정(禪定)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실천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팔정도를 정명(正命), 즉 바른 직업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팔정도 전체를 하나로 묶어 생활화 할 수 있게 하는 길(道)이 되고, 그것이 씨앗이 되어 내생에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나 재미있고 보람 있어 희망찬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생으로 생이 바뀔 때마다 그 생에 바른 직업관으로 심은 더욱 훌륭한 씨앗들에 의해 점점 더 맑고 아름답고 즐거운 고귀한 직업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 팔정도를 직업관으로 한 윤회설이며 인과응보설이다.

2007.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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