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욕득현전(欲得現前) 막존순역(莫存順逆)

    (지극한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거든 순(順)과 역(逆)이 있게 하지 말라.


이 구절을 바꾸어 보면, 순(順)과 역(逆)이 없을 때 도(道)가 나타난다. 라는 뜻이 된다. 즉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순조(順調)롭다고 기뻐하고, 어렵다고 실망하는 사람에게는 도(道)가 멀어진다. 즉 순조롭다 어렵다하는 상대적인 개념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상대적인 개념이 없으려면 일이나 수행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나 속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서 지극한 도라고 하면 부족함이 없고 불만도 없어 근심 걱정이 없는 극락세계인데 조급(早急)한 마음이 남아 있는 사람은 근심 걱정 불만을 떠날 수 없으니 극락세계에 이를 수 없다. 그러하므로 극락세계가 눈앞에 나타나기를 원하면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내 마음을 거슬리게 하는 것도 없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필요한 일체가 이미 지금 이 자리에 주어져 있음을 보는 눈이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는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거슬리는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 어떻게 순역(順逆)이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순역(順逆)이 있게 하지 말라는 말씀은 순역자체가 있게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라 순리로 되간다고 기뻐하는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역행(逆行)한다고 짜증내는 감정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씀이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감정을 일으키게 되면 현재의 상황(狀況)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눈을 감정으로 가려지게 하지 말고 현재의 사정을 자세히 바라보면 잘되는 사업은 더욱 잘되게 할 수 있는 법이 보이고, 안 되는 사업은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말씀이다.

요즈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어려울 때일수록 어렵다는 감정이 쌓이게 되면 현재의 사정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그 감정에 의해 가려지게 되므로 현재의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지 않는다. 감정은 현재의 상황 판단에 장애만 일으키므로 감정만 일으키지 않으면 우리들에게 원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불성(佛性)이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보여 주신다는 말씀이다. 불성이 우리들에게 좋은 길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순역(順逆)에 당하여 일으키는 감정이 불성을 가리기 때문에 지도(至道), 즉 극락세계를 볼 수 없는 법이니, 가장 바른 길을 보고자 하면 순역이 있어도 그에 대한 좋고 나쁜 감정을 일으키지 말라. 감정을 일으키지 않으면 순풍(順風)에는 순풍을 잘 이용하는 법을, 역풍(逆風)에는 역풍을 잘 이겨내고 또 그를 잘 이용해서 득을 볼 수 있는 길이 보인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또 순(順)이나 역(逆)이 사람들의 착각에서 오는 수도 있다. 실제로는 자기를 거역하는 일인데 순(順)으로 보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이다. 이러한 착각은 과거에서부터 쌓아온 경험에 의해 형성된 성격의 표출이다. 이러한 성격으로 말미암아 고생하게 되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성격 형성과정을 잘 살펴서 고침으로서만이 착각에 의한 순역을 막을 수 있다.

이 말씀은 순역을 객관적으로 보라는 말씀도 아니다. 사물이나 사람을 대할 때 내 마음 속에서 순역(順逆)이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으면 좋지만, 혹 일어나면 그 순역을 자각(自覺)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그에 흔들리지 않고 물들지도 않으며 깨끗한 마음으로 그 대상을 바로보고 바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린다. 이것이 도를 구하는 사람의 청정한 마음이기 때문에 ‘지도(至道)가 눈앞에 나타나기를 원하면 순(順)과 역(逆)에 마음을 두지 말라’고 하셨다.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77 신심명 목차 및 원문파일(hwp, doc) file Bultasa 2009.03.06 20166
76 신심명 요약 Bultasa 2009.03.06 12123
75 신심명이란? Bultasa 2009.03.06 15477
74 신심명 01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Bultasa 2009.03.06 17248
73 신심명 02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 Bultasa 2009.03.06 16445
72 신심명 03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 Bultasa 2009.03.06 13456
» 신심명 04 욕득현전(欲得現前) 막존순역(莫存順逆) Bultasa 2009.03.06 10530
70 신심명 05 위순상쟁(違順相爭) 시위심병(是爲心病) Bultasa 2009.03.06 11614
69 신심명 06 불식현지(不識玄旨) 도로염정(徒勞念靜) Bultasa 2009.03.06 10993
68 신심명 07 원동태허(圓同太虛) 무흠무여(無欠無餘) Bultasa 2009.03.06 12368
67 신심명 08 양유취사(良由取捨) 소이불여(所以不如) Bultasa 2009.03.06 10957
66 신심명 09 막축유연(莫逐有緣) 물주공인(勿住空忍) Bultasa 2009.03.06 11001
65 신심명 10 일종평회(一種平懷) 민연자진(泯然自盡) Bultasa 2009.03.06 74522
64 신심명 11 지동귀지(止動歸止) 지갱미동(止更彌動) Bultasa 2009.03.06 10266
63 신심명 12 유체양변(唯滯兩邊) 영지일종(寧知一種) Bultasa 2009.03.06 9682
62 신심명 13 일종불통(一種不通) 양처실공(兩處失功 Bultasa 2009.03.06 10342
61 신심명 14 견유몰유(遺有沒有) 종공배공(從空背空) Bultasa 2009.03.06 10675
60 신심명 15 다언다려(多言多慮) 전부상응(轉不相應) Bultasa 2009.03.06 10420
59 신심명 16 절언절려(絶言絶慮) 무처불통(無處不通) Bultasa 2009.03.06 11529
58 신심명 17 귀근득지(歸根得旨) 수조실종(隨照失宗) Bultasa 2009.03.06 13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