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양기불성(兩旣不成) 일하유이(一何有爾)

    양(兩)쪽이 이미 성립되지 않는데 하나가 어찌 있겠는가.  


양기불성(兩旣不成)의 양(兩)은 양쪽을 의미하는 것이니, 간택(揀擇), 증애(憎愛) 등 상대적인 개념이 성립되지 않으면, 일하유이(一何有爾) 즉 어찌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것 중 하나만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양쪽 마음이 성립되지 않는데 어찌 사랑만 혹은 미움만의 한쪽 마음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쪽 마음만은 있을 수 없으니,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랑도 없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미워함도 없다는 말씀이다. 작은 것은 큰 것이 있으니까 작은 것이니, 큰 것이 없으면 작은 것도 없다는 말이다. 부자(富者)가 있으니까 가난한 사람이 있는 것이니, 가난한 사람이 없으면 부자도 없다는 말이 된다. 꼴지가 없으면 일등도 없고, 일등이 없으면 꼴지도 없다.

편견(偏見)이란 두 쪽을 만들어 놓고 한쪽에 치우치는 것이니 두 쪽을 만들지 않았으면 치우칠 쪽이 어찌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두 쪽이나 여러 쪽을 만들어 놓고 서로 경쟁을 시키니 편당(偏黨)이 될 수밖에 없고, 편당이 되었으니 자기 쪽 당에만 편중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반드시 상처를 입는 당이 있을 수밖에 없는 모순이 있다.

과연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는 것이 양기불성(兩旣不成), 즉 양쪽이 이미 성립될 수 없도록 할 수 있을까? 양당(兩黨)이 있는 한 치열한 싸움을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차별심을 갖지 않으면 만법을 가지런히 볼 수 있다고 하여 만법제관(萬法齊觀)이라 하고, 게송 51)에서 민기소이(泯其所以) 불가방비(不可方比) 즉 그 까닭을 없애면 가히 비교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 정치제도가 편당(偏黨)하지 않을 수 없는 제도이니 어찌 편당하는 근거를 없앨 수 있으며, 비교하는 마음을 지울 수 있을까?  

현 사회제도와 정치제도 하에서는 가히 불가능한 말씀으로 이해되지만 불교적인 입장에서만 본다면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다.

또 한편 대립관계에 있는 두 편이 서로 경쟁을 하니까 그 경쟁의 반사 이익, 즉 가격이 저렴해 진다든가, 품질이 더 좋아지는 예가 있지만, 경쟁이 없는 곳에서는 의욕을 잃기도 하고, 나태해지고, 일하기 싫어 게을러지는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립적인 관계에서 경쟁을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불화(不和)를 화해(和解)시킬 수 있고, 대립적인 관계가 없는 만법제관(萬法齊觀)하는 평화로운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나태심(懶怠心)을 창조심(創造心)으로 전향(轉向)시킬 수 있는 정치와 사회제도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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