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민기소이(泯其所以) 불가방비(不可方比)

    그 까닭을 없애면 가히 비교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민기소이(泯其所以)의 민(泯)은 망(亡)할 민으로 멸망하다는 의미가 있고, 기소이(其所以)는 그 이유 혹은 근거이니, 그러한 이유나 근거를 없애버리면 불가방비(不可方比), 즉 가히 비교할 것이 없다.

‘그 이유 혹은 그 근거’가 무엇인가?

그것은 42) 장심용심(將心用心),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것,

43) 미생적란(迷生寂亂), 미혹하여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일어나는 것,

44) 일체이변(一切二邊) 양유짐작(良由斟酌) 짐작으로 두 변(邊)을 일으키는 것,

45) 몽환공화(夢幻空華), 실제가 아닌 꿈, 허깨비와 헛꽃 속에서 사는 것,

46) 득실시비(得失是非),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에 몰두하는 것, 

47) 안약불수(眼若不睡), 눈이 흐린 것,  

48) 심약불이(心若不異), 모든 일을 좋고 나쁘다고 차별적으로 보는 것 등이다.

이러한 마음은 번뇌의 원인이고 불화(不和)의 원인이 되고 투쟁(鬪爭)의 원인이 되며,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원인들이 제거되면 불가방비(不可方比), 가히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비교할 일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이는 밀가루와 쌀을 비교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밀가루를 쓸 때는 밀가루를 쓰고, 쌀을 써야할 때는 쌀을 쓴다는 말이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감자나 밀가루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 음식이고 쌀은 부잣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했던 시대의 차별적 사유(思惟)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한 때 흑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시대가 있었는데, 이런 의식을 말한다. 흑인과 백인이 같다는 말이 아니라 흑인은 흑인대로 백인은 백인대로 그 가치가 있음을 존중해야 하지만 우월주의나 열등의식은 없애야(泯)한다는 말씀이다.

우리들의 생활상에서 흔히 있는 예를 들어 보겠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기분이 좋아 엄마에게 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90점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는 아들에게 칭찬해 주기도 전에, ‘다른 애들은?’ 하고 다른 애들은 얼마나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학교 친구 집에 가서 놀다온 아들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명철이 집은 아주 크고 수영장도 있더라.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작아?’ 이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입력된 비교하는 마음이고 불만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차별적인 분별심은 화합과 통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데 이러한 분별심이 없으면 가히 비교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서 비교하는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화합과 통합을 방해하는 심적(心的) 원인은 잘못된 정보로 생긴 편견을 가지고 이것이 저것보다 좋다고 하는 분별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편견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개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그대로 살려 나가야 하고, 하나를 세우기 위해 다른 것을 폄하(貶下)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분명한 이유 없이 높이 평가하거나 폄하하는 우리들의 습관은 오류(誤謬)를 범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통합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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