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만법제관(萬法齊觀) 귀복자연(歸復自然)

    만법을 가지런히 바라볼 수 있을 때 저절로 되는 이치(自然)에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게송 49)에서 일여체현(一如體玄)할 때 만법제관(萬法齊觀) 즉 한결같은 근본인 체(體)가 현묘하게 나타날 때 만 가지 법을 가지런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만법을 가지런히 볼 수 있는 것은 한결같은 근본으로 돌아왔을 때 가능하다. ‘만 가지 법을 가지런히 본다.’는 뜻은 이 세상의 현상은 형형(形形) 색색(色色)의 모양과 질이 다른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계, 동물계, 미생물(微生物), 인종(人種)도 수없이 많고, 모양과 질이 개체(個體)마다 차별(差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다양성(多樣性)을 차별화해서 그들의 개성(個性)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선양(宣揚)하게 하면서도 전체로서의 통합성(統合性)을 유지하는 지혜로 바라보는 것이 만법제관이다. 통합성(統合性)은 한 변에 치우치는 편견에 의해서는 이룰 수 없다. 오로지 일종(一種)의 신념(信念)에서만이 다변성(多邊性)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성(統合性)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로, 성인은 성인으로, 노인은 노인으로서의 인격, 개성, 가치, 취미 등이 서로 다른 다변성(多邊性)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일종(一種)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 다변성을 인정하고 육성(育成)하면서도 전체적인 통합성(統合性)을 유지하므로서 원융하게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이치이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부모들이 부모가 희망했던 대학이나 전공과목을 선택하게 했던 때가 있었다. 이러한 것은 학생의 개성이나 취미를 무시하고 사회적인 지위나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있었던 것이니 만법제관(萬法齊觀)이 아니고 또 귀복자연(歸復自然)도 아니다.

현대와 같은 다양한 문화, 사상, 취미생활을 서로 대립되어가는 방향에서 통합으로 인도하기 위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사상이다.

이것이 곧 귀복자연(歸復自然) 중 귀(歸)도 돌아갈 귀이고, 복(復)도 돌아올 복이니 자연(自然)으로 돌아올 것을 강조하는 구절이라 생각된다. 우리말에서는 복귀(復歸)인데 여기에서는 귀복이라 했다. 이 때, 자연(自然)은 현상세계로서의 자연이라기보다 마치 자연이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치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와 모양이나 취미가 다른 것을 보고 나를 그들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생기는 것은 분별심(分別心)이 있기 때문이며, 분별심은 경쟁심을 고취시킨다. 경쟁심은 분쟁(分爭)을, 분쟁은 파쟁(派爭)을 초래하게 되어 화목과 통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는 자연의 순리(順理)에 어긋난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또 만법제관(萬法齊觀)이라는 뜻에는 개인의 생활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른 것이다. 속상할만한 일이 있어도 속상할 일이라고 보지 않고 생각해 볼만한 일이라고 보는 것. 어려움이 있을 때, 이 어려움을 지나면 좋은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 속에서 즐거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려있는 것이고, 자녀들이 공부 잘 한다고 오만하지 않고, 못사는 사람들을 보고 우쭐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돕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 등이 만법을 가지런히 보는 것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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