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원동태허(圓同太虛) 무흠무여(無欠無餘)

    (지도는) 태허와 원만하게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


지극한 도는 텅 빈 허공과 원만하게 같아서(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서), 欠-모자랄 흠, 무흠(無欠) - 모자람도 없고, 무여(無餘) - 남음도 없다. 허공은 형체가 없어 완전히 통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걸림이 없고 수용하는데 한계가 없음에 비유된다.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으므로 걸림이 있을 수 없고, 어떠한 사유에서도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우주 법계에 불성(佛性) 충만(充滿)함을 표현한 말씀이고, 근심 걱정이 없고, 항상 하는 일에 만족하고 평화로운 극락세계이고 좀 더 나아가 이 우주 법계와 하나가 된 열반를 표현한 말이다. 이 지구상에 아무리 많은 중생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함에 모자람이 있을 수 없고, 태허(太虛)가 아무리 넓고 깊다고 하여도 내 마음을 덮고 남는 것이 없고, 내 마음이 아무리 넓고 깊어도 태허는 그를 싸고 남음이 없는 법이니 마음과 태허는 일여(一如)하다는 말씀이다.

우리 인간사(人間事)에서는 우리들의 착각으로 가려내고 택하는 간택(揀擇), 미워하고 좋아하는 증애(憎愛), 따르고 거역하는 순역(順逆), 하고자 하거나 하지 않고자 하는 위순(違順)이 있다. 이는 우리들의 업식(業識)에 의한 착각이니, 이 업식이 없으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그로 인해 하고자 하는 일에 부족함이나 남음이 없게 되니 늘 근심 걱정이 없는 세계가 열린다.

이 극락세계가 우리들이 소망하는 세계인데, 우리는 이 세계에 들기 위해 착각(錯覺)을 일으키게 하는 우리들의 업식을 소멸하고자 발심하고 정진하는 수행을 하는 것이다. 

원동태허(圓同太虛)는 반야심경의 “제법공상(諸法空相)”, 법성게의 “법성원융(法性圓融)”에 해당하고 무흠무여(無欠無餘)는 반야심경의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에, 법성게의 “무이상(無二相)”에 해당되는 말씀이다. 이는 모두 원초적 실상과 그 모양, 말로써 표현될 수 없는 말로 그 모양을 설명하고 있는 것인데, 흔히 ‘참 그대로’라는 뜻을 가진 진여(眞如), 불성(佛性), 법성(法性)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승찬대사께서 이 법성의 수많은 표현 가운데 원동태허(圓同太虛), 무흠무여(無欠無餘)라고 하신 것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성의 태허(太虛)함에서 가애(罣礙), 걸림이 없음을, 그리고 걸림이 없으므로 부족함도 없고 남음도 없이 필요에 딱 맞고, 필요에 딱 맞으니 항상 기쁜 마음으로 무슨 일에도 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너무 많이 먹지도, 적게 먹지도 않아 딱 맞게 먹으니 건강을 유지하게 되고, 건강에 신경 쓸 일이 없으니 먹는 것을 즐기게 된다. 돈도 많지도 적지도 않게 알맞게 있어 돈 때문에 근심 걱정할 일이 없으니, 하루 하루가 즐거운 생활일 수 있으며, 혈압이 높지도 낮지도 않아 딱 맞아서 혈압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태가 무흠무여이다. 이것이 진정한 편안(便安)이고 평화(平和)이며 극락(極樂)의 요건이다. 이러한 까닭에 반야심경에서는 보리살타(菩提薩埵) 의반야바라밀다(依般若波羅蜜多) 고심무가애(故心無罣礙) 무가애고(無罣礙故) 무유공포(無有恐怖)라고 했다. 여기에서 반야바라밀다가 태허(太虛)이고 진여(眞如)이며 원초적 진실상이니, 보리살타가 이 태허에 의지함으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뜻이 된다. 이와 같이 태허(太虛)는 반야심경의 공(空)과 반야바라밀다와 같은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이 ‘태허와 모자람도 남음도 없는 이치’를 법성게에서는 ‘깨닫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 무명무상절일체(無名無相絶一切)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이라고 하여 태허(太虛)의 무흠무여(無欠無餘)의 경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반야심경의 ‘제법공상(諸法空相) 불생불멸(不生不滅)’의 경지도 이와 같다. 모두 다 진여의 법성을 설명하는 말씀이다.

법성원융무이상이라 한 것은 위에 간택(揀擇), 증애(憎愛), 순역(順逆), 위순(違順) 등이 모두 상대적이고 대립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이들의 원초적 성품에서 보면 서로 원만하게 융화할 수 있는 성품이지, 하나를 택하기 위해 다른 쪽을 버리거나 없애야 할 것이 아니므로 사실상 이들은 모두 두 모양이 아니라고 하고, 이들의 원초적 진리 면에서 보면 본래부터 조금도 움직인 적이 없이 고요한 것이니, 이름도 모양도 없어 현상세계와는 완전히 끊어져 있는 경지이니 오직 깨달은 자만이 알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없이 큰 허공이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고 하신 태허(太虛), 무흠무여(無欠無餘)이고, 이 마음이 바로 태허(太虛)가 되고 무흠무여(無欠無餘)가 되었다는 것은 또 내 마음이 열반의 세계에 들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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